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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가 지난달 조지 워싱턴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팀 쿡 애플 CEO가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강조하면서 구글을 겨냥해 강하게 비판했다.
팀 쿡은 애플이 추진하는 신사업분야에서 구글과 겹치는 대목이 많아 전면적으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팀 쿡,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 겨냥해 비판
팀 쿡 애플 CEO가 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보안과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주제로 원격연설을 했다.
팀 쿡은 “우리의 개인정보가 다양한 방면에서 위협받고 있다”며 “IT기업들이 수집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악용해 수익화에 나서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팀 쿡은 사용자 정보를 수집해 광고자원으로 활용하는 IT기업들의 행보가 애플이 추구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팀 쿡은 구체적 기업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팀 쿡이 구글을 겨냥해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해석한다.
팀 쿡은 무료 사진저장 서비스와 같은 기술로 수집한 자료를 기업들이 어떻게 이용할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구글이 최근 출시한 사진 무제한 저장 서비스인 ‘구글포토’를 겨냥한 것이다.
팀 쿡은 “사용자들은 이런 무료 서비스를 선호하겠지만 검색기록이나 가족사진과 같은 정보가 광고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할 것”이라며 “언젠가 소비자들도 이에 대해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애플은 사용자 정보를 익명으로 수집해 대상을 특정하는 광고 ‘아이애드’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사용자가 원하면 정보수집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팀 쿡은 미국정부가 사용자의 모바일기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백도어 정책’ 추진에도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팀 쿡은 “경찰을 위해 열쇠를 찾기 쉬운 곳에 둔다면 도둑도 이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보당국의 개인정보 수집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애플 구글, 신사업분야에서 경쟁
팀 쿡이 구글을 겨냥해 비판한 것은 애플이 추진하는 신사업분야에서 구글과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은 최근 구글이 사물인터넷 기술력에서 애플에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사물인터넷 기술에서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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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 |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은 “구글의 목표는 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해 기기가 사람의 도움이 없이도 자동적으로 사용자와 주변환경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 베이커 가트너 연구원은 “구글은 인공지능기술 개발로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앞서있다”며 “애플은 이러한 기술에 한참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과 구글은 그동안 수차례 서로를 비판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피차이 부사장은 최근 “구글은 모든 제품에 수백 달러씩의 가격을 책정하는 애플과 달리 책임감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애플의 고가정책을 비판했다.
팀 쿡은 구글의 구글글라스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애플워치는 구글글라스와 달리 불쾌감을 주지도 않고 사람 사이에 거리감을 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팀 쿡이 이번에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구글은 검색과 지도서비스, 자동차와 핀테크 등 여러 사업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체 검색엔진 ‘애플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구글에 의존하고 있는 웹 검색 서비스에서 독립해 모바일 광고수익도 차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지도 서비스 개발을 위해 관련 업체를 인수하고 구글의 ‘스트리트뷰’와 유사한 3D지도 제작을 위해 촬영용 차랑도 운영하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서비스 ‘카플레이’와 모바일 결제서비스 ‘애플페이’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구글도 자동차 연계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오토’와 모바일 결제서비스 ‘안드로이드페이’ 등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 등 하드웨어사업에 주력하던 전략을 바꿔 신사업에 도전하며 IT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구글과 사업분야가 겹치는 곳이 많아 전면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