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시장 진출에도 최소 20년 이상 메모리시장의 주도권을 지킬 것이라고 증권사가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중국의 반도체시장 진출 노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두 회사가 머지 않아 중국기업의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미국의 견제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 굴기가 큰 차질을 겪게 됐다"며 "한국 메모리반도체기업이 앞으로 20~30년 동안 패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사업 육성 노력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어 중국 반도체기업이 계획대로 시장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뒤 200조 원 이상을 현지 반도체기업에 투자하는 공격적 목표를 내놓았다.
하지만 2016년부터 본격화한 중국정부의 반도체기업 육성 노력에도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푸젠진화는 D램시장 진출을 준비했으나 미국에서 반도체기술과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게 돼 지난해부터 사실상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푸젠진화는 60억 달러를 들여 지은 반도체공장을 가동하지도 못하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미국의 제재로 사업 포기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중국의 다른 D램업체인 CMXT도 푸젠진화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고 낸드플래시사업 진출을 계획하던 YMTC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D램 진출계획은 사실상 좌초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중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던 중국의 시장진출 영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현재 표면적으로 드러난 중국의 반도체사업 진출 노력이 전체 계획의 일부분에 불과할 수 있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분석지 모틀리풀은 "중국 반도체기업이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아직 생산능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모틀리풀은 중국 반도체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시설투자에 들이는 막대한 금액을 고려한다면 마이크론과 같은 기업은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적극 앞세우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외산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일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모틀리풀은 "최근 중국이 자체기술로 개발한 D램을 선보인 것은 빙산의 일각을 보여준 것"이라며 "마이크론 등 상위 반도체기업에 상당한 수준의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세계 D램시장에서 과점체제를 구축하며 점유율 싸움을 피해 수익성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반도체사업 육성 의지가 굳건한 만큼 중국 반도체기업의 시장진출로 새 경쟁구도가 벌어지거나 중국정부의 중국기업 지원책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부분적으로 잃게 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해 보인다.
모틀리풀은 "중국정부와 IT기업이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현지 반도체기업에 투자를 확대할 수도 있다"며 "외산 반도체를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몰아내며 세계 반도체시장의 공급과잉과 업황악화를 이끌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