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호 한일시멘트그룹 회장이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를 합병할까?
14일 시멘트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허기호 회장이 최근 2200억 원을 들여 한일현대시멘트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서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의 합병 가능성이 떠오른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일시멘트그룹의 최근 동향을 보면 향후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 사이의 합병을 예상해 볼 수 있다”며 “합병이 이뤄지면 생산능력 증대에 따라 원가 경쟁력과 가격 협상력의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일시멘트그룹의 지주사인 한일홀딩스는 12일 자회사인 HLK홀딩스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00%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일은 7월19일이다.
HLK홀딩스는 2017년 2월 한일홀딩스와 사모펀드인 LK투자파트너스가 현대시멘트(현재 한일현대시멘트)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한일현대시멘트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한일홀딩스와 L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HLK홀딩스 지분은 각각 49%, 51%로 두 회사는 서로가 들고 있는 지분에 매수청구권이 있었다. 한일홀딩스는 이번 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통해 손자회사인 한일현대시멘트에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허기호 회장이 2년 전부터 추진하던 한일현대시멘트 인수가 마무리되는 셈인데 다음 단계로 합병을 예상하는 관측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현재 별개의 법인으로 실적을 따로 산출한다.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사업구조가 단일화되면서 규모의 경제와 출하기지 다양화를 통한 매출 증가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의 2018년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1조3600억 원으로 업계 1위인 쌍용양회 매출 1조5100억 원에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시장지위의 반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허 회장은 시멘트업계 구조재편이 마무리되던 2017년 시장에 마지막 매물로 나온 현대시멘트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였다.
한일홀딩스가 2017년 7월 현대시멘트를 인수한 이후부터 한일시멘트와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전망이 많았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인수 이후 지금까지 사내행사나 봉사활동 등을 통해 기업문화를 교류해왔고 2018년부터는 상승효과 창출을 위한 로드맵도 준비했다.
한일현대시멘트는 최근 영월공장 폐열발전 설비에 자기자본의 40% 수준인 7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장기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데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폐열발전 설비의 설치 및 운영 노하우가 도움이 될 것으로 한일현대시멘트 측은 기대하고 있다.
허 회장은 5월 비시멘트 계열사인 동화청과 지분을 770억 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HLK홀딩스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을 확보해뒀다.
한일홀딩스 측은 동화청과 매각과 관련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현대시멘트 인수를 마무리해 시멘트사업을 강화하려는 허 회장의 의지가 컸다고 볼 수 있다.
한일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HLK홀딩스 지분매입은 한일현대시멘트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한 절차”라며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의 합병과 관련해선 아직 검토된 게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