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했다.
권 사장은 특별격려금도 100만 원씩 직원들에게 조건없이 지급하기로 했다. 악화일로를 걷던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1일 더 이상 인력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대규모 적자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부임한지 8개월만이다.
권 사장은 그동안 시행했던 희망퇴직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임직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앞으로 진행될 현대중공업의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 권오갑, 담화문을 통해 구조조정 중단선언
권 사장은 이날 아침 출근길 임직원에게 나눠준 담화문을 통해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권 사장은 "회사의 체질개선과 재료비 절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회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위기극복에 적극 동참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사업본부개편에 대해서도 임직원들에게 설명했다.
권 사장은 구매, 생산, 영업, 인사 등 대부분의 권한을 사업대표 또는 본부장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각 부문 사업대표는 이에 따라 사업본부 운영의 전권을 지니고 직원선발과 교육, 상벌을 자율적으로 실시한다. 해외법인도 마찬가지로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실시한다.
권 사장은 미래기획위원회를 만들어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체육대회, 등산 등을 통해서도 직원들과 경영진의 대화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경영상황이 개선되면 지급하기로 했던 100만 원의 특별격려금도 조건없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구조조정 중단선언에 앞서 그동안 진행됐던 희망퇴직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권 사장은 부임 뒤 회사 내부에서 '원가 경쟁력 회복 없이는 이익을 낼 수 없으니, 인력 정예화와 재료비 절감을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가슴이 아프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착각과 오만함에 빠진 책임자들에게 채찍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했다.
◆ 권오갑, 구조조정 중단선언 배경은
권오갑 사장이 구조중단 선언을 한 이유로 노사관계의 회복에 대한 의지가 최우선적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는 현대중공업의 실적부진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 등과 맞물려 악화일로를 걸었다.
회사는 상황이 어려워졌으니 직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노조는 그동안의 호황기 때 많이 양보했고 회사가 어려워 진 것은 철저하게 회사의 경영오판이 원인이라고 맞섰다.
최근 노사협상을 거치면서 노조는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했다. 권오갑 사장의 이번 담화문 발표는 그러한 과정에서 나온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사는 당분간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권오갑 사장의 구조조정 중단선언을 환영하며 신뢰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권오갑 사장의 결단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의 부진했던 수주실적이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영업이익 또한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국내 주요 상장조선소들 가운데 올해 선박수주목표 달성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실적도 올해 2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우)과 정병모 노조위원장 |
◆ 노조와 임금협상에 순풍불까
현대중공업 노사는 그동안 임금협상을 두고 협상 전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협상력 강화를 위해 사무직노조와 통합해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를 거부하고 노동위원회에 부당성에 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권오갑 사장의 이번 선언으로 올해 현대중공업 임금협상은 일단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권 사장의 구조조정 중단선언으로 노조가 우려하는 생산직 구조조정 가능성은 사라졌다"며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도 "직원들이 생산직 구조조정 가능성으로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노사 모두에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