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격적 영업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회사들의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며 시장의 질서를 흔든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김 부회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최근 내놓은 고양이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보험회사의 수익성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4월 보험업계 최초로 국내 거주하는 모든 반려묘를 대상으로 고양이보험을 출시했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손해보험회사들이 고양이보험을 쉽게 내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역시 별도로 반려묘 신원확인시스템을 갖춰놓지 않은 상태에서 고양이보험을 내놔 한 고양이로 보험에 가입해 외형이 비슷한 다른 고양이들의 보험금까지 타내는 행위를 가려내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다른 손해보험회사들이 시도하지 않은 ‘파격적’ 보험을 출시한 뒤 공격적으로 시책을 내걸며 가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화재가 손해보험회사들의 출혈경쟁에 불을 지핀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손해보험회사들의 경쟁이 심화돼 보장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나온다면 소비자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메리츠화재가 과도한 시책을 내걸어 손해보험회사들의 경쟁을 유발하고 소비자들을 끌어모은 뒤 갈수록 보장을 줄인다는 점이다. 메리츠화재를 놓고 '메기'보다 '미꾸라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치아보험을 출시한 뒤 높은 판매수수료를 지급해 단기간에 가입자들을 끌어모았지만 손해율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11월부터 텔레마케팅(TM) 채널에서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11월1일 이후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는 임플란트, 틀니 등 보철치료의 감액기간(가입 후 90일부터 2년) 내 보험금 지급률을 기존 70%에서 50%로 낮추기도 했다.
치매보험을 들면 지급하기로 한 경증치매 진단비도 과당 경쟁 논란이 불거지자 3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줄였다. 4월부터는 1천만 원으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치아보험은 텔레마케팅 채널에서 부실계약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며 “애초에 70%를 지급한 건 이벤트성이었고 50%는 다른 손해보험사들의 보장 수준이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의 영업전략은 금융당국도 문제시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GA) 수수료를 과도하게 산정해 보험회사들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 유의사항 및 개선조치를 받은 바 있다.
부활한 금감원 종합검사 대상에 손해보험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오르게 된 원인도 과도한 사업비 지출 때문이라고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사업비율은 2017년 말 22.9%에서 2019년 1분기 29%로 급등했다.
사업비율은 전체 매출 가운데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사업비율이 높다는 것은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해 독립보험대리점(GA) 수수료 등에 쓴 사업비 지출이 컸다는 것으로 그만큼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쳤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20%에서 20.8%로, 현대해상은 20%에서 20.6%로, DB손해보험은 19%에서 20.9% 등으로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리츠화재의 사업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증가폭마저 큰 것으로 파악된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독립보험대리점(GA) 채널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 사업비율이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곳에 쓸 비용을 아껴 사업비에 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