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기업들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다고 모두가 금의환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찍 중국에 뛰어들었어도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국내 패션기업들에게 중국진출은 성장동력을 만드는 약이 되기도 하고, 빚만 늘게 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베이직하우스는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를 등에 업고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 발판까지 확보했다.
반면 국내 SPA 브랜드의 시초격인 코데즈컴바인은 국내사업과 중국사업이 모두 부진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엇이 두 회사의 운명을 갈랐을까?
◆ 중국의 패션 브랜드로 변신한 베이직하우스
국내 토종 의류기업인 베이직하우스가 중국의 패션 브랜드로 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직하우스는 국내에서 ‘흰 반팔 면티셔츠’를 저렴하게 판매해 인지도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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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종완 베이직하우스 사장 |
이화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베이직하우스는 100% 중국 패션 브랜드 회사”라며 “올해 하반기에 중국에서 브랜드가 올라가고 매장이 확대돼 이익이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직하우스는 2년 전부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베이직하우스는 곧 개설되는 알리바바 한국의류 전용관에도 입점한다.
베이직하우스는 알리바바가 지난 12일 미국 의류 온라인몰 ‘줄리리’를 인수한 데 따라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베이직하우스가 알리바바를 통해 미국시장에 의류를 납품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직하우스는 올해 1분기 중국법인 매출이 111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나 늘어난 수치다.
베이직하우스는 지난해 매출 5498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소폭 줄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80억 원으로 46%나 급감했다. 국내실적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법인의 성장세는 여전하다. 베이직하우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3.6%에서 올해 7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베이직하우스는 올해 중국 매출이 5385억 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업이익도 641억 원으로 48%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재 키움증권 연구원은 “베이직하우스는 올해 중국에서 신규매장 270개를 열기로 해 외형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 베이직하우스, 어떻게 중국에서 성공했나
우종완 베이직하우스 대표는 국내 다른 패션회사보다 일찍 중국시장을 넘봤다.
우 대표는 2004년 12월 중국 상하이의 백화점에 베이직하우스를 입점했다. 베이직하우스는 2개월 만에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중국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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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직하우스 중국 상하이 매장 |
우 대표는 2005년 “중국 시험매장에서 성과가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며 “올해 안에 100개 매장을 열어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베이직하우스는 ‘중국기업보다 더 중국기업 같은 회사’가 됐다고 평가받는다.
베이직하우스는 중국에서 인기를 누리게 된 비결 가운데 하나로 ‘브랜드 네이밍’을 꼽는다.
중국인들은 제품이름에 의미를 둔다. 따라서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제품 이미지와 브랜드 이름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코카콜라의 경우 중국에서 ‘즐겁게 해준다’는 뜻인 ‘커커우커러’라는 이름으로 인지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로 중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베이직하우스의 중국어 이름은 ‘바이찌아하오’로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핵심가치를 담았다. 박인성 베이직하우스 중국 총경리는 “베이직하우스의 중국시장 성공 포인트는 중 하나가 네이밍이었다”고 말했다.
우종완 대표는 베이직하우스의 반짝성공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중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소비층인 ‘버링허우(1990년대 출생)’ 세대의 요구를 현지기업만큼이나 명확하게 파악했다.
우 대표는 지난해 유행에 민감한 버링허우 세대를 위한 편집숍 브랜드 '쥬시쥬디'를 선보였다. 편집숍은 국내에서 흔하지만 중국에서 드물다.
우 대표는 젊은층들이 쥬시쥬디에서 ‘원스톱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의류외의 패션잡화 비중을 전체의 20%로 잡았다.
쥬시쥬디는 중국에 첫 매장을 연 지 1년 만에 매장을 130개로 늘렸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것이다. 싱가포르와 대만에도 상품을 도매로 공급했다.
우 대표는 중국에서 ‘직영점 체제’를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다. 우 대표는 중국에서 베이직하우스 전체 매장의 99.7%를 직영점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어 대리점 위주의 매장확장 과정에서 점주들이 할인폭을 늘릴 경우 브랜드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우 대표는 부산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염색공장에서 일하다가 1991년 베이직하우스의 모태인 일흥섬유를 세웠다. 우 대표는 대기업 하청 봉제공장으로 영업을 시작하다 2000년 자체브랜드 베이직하우스를 출시했다.
우 대표는 국내매장을 연 지 2년 만에 매장을 100개까지 늘렸다. 우 대표는 200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만큼 회사를 키웠다. 현재 베이직하우스 외에 마인드브릿지와 더클래스, 쥬시쥬디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 코데즈컴바인, 중국에서 무엇을 놓쳤나
코데즈컴바인은 국내 SPA 브랜드의 시초이자 동대문의류 브랜드 신화를 새로 쓴 회사다.
그런데 코데즈컴바인은 최근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의류기업들이 코데즈컴바인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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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돈 코데즈컴바인 회장 |
박상돈 코데즈컴바인 회장은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코데즈컴바인은 2002년 설립된 뒤 요즘 SPA브랜드처럼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았다. 코데즈컴바인은 한때 연매출 2천억 원을 넘기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2010년 전 부인 오매화 이사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박 회장은 2012년부터 시작된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알짜사업인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를 250억 원에 팔았다. 코데즈컴바인의 지난해 매출은 1031억 원으로 3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결국 코데즈컴바인은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코데즈컴바인이 위기에 빠진 것은 국내사업 부진의 활로를 중국에서 찾으려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코데즈컴바인은 베이직하우스보다 3년 정도 늦은 2007년 중국에 진출하며 '제2의 베이직하우스'를 꿈꿨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매장이 30개에 그치고 있다. 2010년 25개였던 매장이 크게 늘지 않았다.
코데즈컴바인은 중국의 수많은 패션업체들 경쟁 속에서 차별화에 실패했다.
코데즈컴바인은 저렴하면서도 기본적 아이템을 강조한 베이직하우스와 달리 패스트패션과 고급 이미지를 접목한 전략을 앞세웠다.
하지만 글로벌 SPA브랜드인 H&M이 2006년 이미 중국매장 확대에 내서면서 코데즈컴바인은 제품 차별화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은 중국 직영점을 공격적으로 늘렸는데 오히려 경영악화만 낳고 말았다.
중국시장은 한국과 달리 직영점 운영비용이 백화점 운영비보다 많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코데즈컴바인은 중국에서 매장을 늘리면 늘릴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기업들이 중국사업에 실패하면 국내사업에도 투자를 하기 힘들어져 결과적으로 회사가 위기에 빠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