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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영국 출판계 호평

박은영 기자 dreamworker@businesspost.co.kr 2014-04-10 15: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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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영국 출판계 호평  
▲ 런던도서전의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가 9일 찰스 왕세자의 부인 콘월 공작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아동소설 '마당을 나간 암탉'이 영국 출판계를 흔들고 있다. 100년 역사의 영국 ‘포일즈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이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부인인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도 손주들에게 꼭 읽힐 책이라며 극찬했다. 유진룡 문화부체육부장관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은 8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제43회 런던도서전에 주빈국(마켓 포커스)으로 참가하고 있다. 주빈국은 한국이고, 주인공은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황선미(51) 작가다.

황씨는 9일 도서전을 방문한 콘월 공작부인을 만났다. 콘월 공작부인의 방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콘월 공작부인은 황 작가에게 많은 관심을 표시했고 "아동들이 책을 읽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황 작가의 작품을 둘러본 뒤 "대단하다. 영국에서 책이 나온 걸 축하한다. 책을 읽은 뒤 손자들에게 직접 읽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황 작가가 25개 국에 판권을 수출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준비된 좌석이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황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작가 지망생부터 일반 독자까지 영국인 수십 명이 제 작품을 읽고 문학 행사에 와서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보니 영국에서 인기가 비로소 실감이 난다”며 소감을 밝혔다.


황 작가는 지난 3일 “한국에서도 못한 베스트셀러 1위를 영국에서 했다니 의아하고도 기쁘다”며 “런던도서전에 참석해 서점에 전시된 책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집필 과정과 관련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주제는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의 삶과 죽음이다. 암탉의 이야기지만 쓰고자 했던 것은 아버지의 삶이라고 했다. 황 작가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아버지라고 생각했다“며 ”자식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능으로 글을 써서 아버지의 평범했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말기암 환자였다고 한다.

황 작가는 아버지뿐 아니라 자신의 모습도 암탉 잎싹에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가난하던 전후 10년, 결핍의 세대를 살았다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부모님과 많이 싸웠고, 대들었고, 많이 울었다. 결핍은 모든 걸 상상하게 만들었고, 우연히 만난 문학서적은 내 인생의 큰 지표가 돼주었다. 잎싹은 나를 많이 닮았다.”


국내에서 이 소설은 아동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영국에서 일반소설로 출간됐다. 삶의 본질을 다루는 무거움 때문이다. 영국에서 독자층이 성인과 아동을 동시에 아우른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 출판계에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해외 판권 판매를 맡고 있는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영국의 대형출판사들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자존심 때문에 비영어권의 작품을 취급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그 어느 곳보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영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거대한 진입장벽 하나를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한국문학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8일 개막식에 참가해 “이번 기회가 역량 높은 한국 작가와 문학이 영미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며 “한국문학이야말로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가치를 반영해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세계인에게 이해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중문화로 촉발된 한류현상을 오래도록 지속시키는 든든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국내에서 2002년 출간돼 13년 동안 무려 150여만 부가 팔렸고, 2011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런던도서전은 1971년 소규모 출판 전시회로 시작해 2004년부터 주빈국을 뜻하는 ‘마켓 포커스’ 제도를 도입했다. 집중적으로 한 나라의 작가와 작품, 출판산업을 영미권 ‘출판 시장’에 소개한다는 의도다. 런던도서전은 올해 61개 국에서 온 1500여 업체가 전시에 참가하고 114개국 2만5천여 명의 출판인이 방문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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