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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옥션 이옥경 대표와 K옥션 이상규 대표 |
서울옥션과 K옥션은 한국의 소더비와 크리스티로 불린다. 두 회사는 한국 미술경매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보여 준 미술경매시장의 열기가 국내에도 옮겨 붙고 있다. 지난해 미술품 국내 경매규모는 1천억 원에 육박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이를 반영해 국내 미술품경매 1위인 서울옥션의 주가는 올해 들어 3배 가까이 뛰었다.
K옥션은 최근 들어 온라인경매를 앞세워 미술경매 대중화를 만들어 내며 빠른 속도로 서울옥션을 따라잡고 있다.
두 회사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그러나 서울옥션이 가족경영체제를 구축했다면 K옥션은 서울옥션에서 나와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된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나 이상규 K옥션 대표는 모두 2세대 경영인이다. 앞선 세대와 달리 미술품경매 대중화에 주력하고 해외진출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두 대표는 오는 31일 홍콩경매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 서울옥션과 K옥션, 줄어드는 격차
서울옥션은 1998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 미술품경매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국내 화가의 작품인 박수근의 ‘빨래터’(45억2천만 원)와 이중섭의 ‘황소’(35억6천만 원) 모두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거래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K옥션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각각 53.4%, 28%였는데 지난해 47%, 32.7%로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K옥션은 서울옥션이 상대적으로 약한 온라인경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술품 낙찰총액은 여전히 서울옥션이 앞섰지만 K옥션은 온라인경매에서 3년 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낙찰총액이 456억2900만 원으로 K옥션 317억1500만 원보다 많다. 그러나 온라인 낙찰총액에서 K옥션은 28억5400만 원을 기록해 서울옥션의 22억7400만 원보다 5억 원 정도 앞섰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작품 1만3822점이 경매시장에 나와 8828점이 팔렸다. 총 거래액은 970억7300만 원으로 2013년의 720억700만 원보다 34.8% 성장했다.
지난해 진행된 국내 미술품경매는 모두 85건이다. 서울옥션 15건, K옥션 18건, 마이아트옥션 5건, 아이옥션 8건, 아트데이옥션 11건, 에이옥션 12건, 옥션단 6건, 꼬모옥션 10건 등이다. 온라인 경매가 57.6%, 오프라인 경매가 42.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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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옥션 3월 봄 경매 |
◆ 같은 출발점, 다른 경영 방식
두 회사는 경쟁관계지만 출발점은 서울옥션으로 한 뿌리다.
서울옥션의 시작은 이호재 가나아트갤러리 회장이 1998년 설립한 ‘서울경매’다. 이 회장은 국내 미술분야에 최초로 시장논리를 도입했다. 서울경매는 2001년 ‘서울옥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옥션은 창립자 이 회장의 여동생인 이옥경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서울옥션과 가나아트갤러리는 별개 법인이지만 가족경영체제로 묶인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정용씨가 맡고 있다.
서울옥션은 200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주식의 34.53%는 이호재 회장과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호재 회장은 지분율 13.57%인 최대주주고 이옥경 대표가 1.66%, 공동대표이자 창립멤버인 이학준 대표가 0.89%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옥션이 가족경영체제라면 K옥션은 전문경영인들이 설립했다.
2001년 이호재 회장은 김승유 하나은행장의 미술 컬렉션을 돕던 김순응 하나은행 자금본부장에게 서울옥션 대표직을 제의했다. 김순응 대표는 3년 동안 서울옥션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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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 |
그러다가 2005년 일어난 서울옥션의 ‘이중섭·박수근 위작 사건’ 이후 김 대표는 이 회장과 결별했다. 이 사건으로 이호재 회장은 잠시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중섭·박수근 위작 사건은 서울옥션이 경매에서 진품이라고 판매했던 두 화가의 작품이 알고 보니 가짜인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다.
당시 서울옥션은 이중섭의 유족으로부터 받은 수채화 ‘물고기와 아이’를 한 수집가에게 3억1천만 원에 팔았는데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진품이 아닌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순응 대표는 서울옥션을 떠나 2005년 9월 K옥션을 만들고 초대대표가 됐다. 김순응 대표는 2011년 3월 K옥션을 떠나 현재 아트컴퍼니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도 서울옥션 출신이다. 2002년 서울옥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며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2005년 김 대표를 따라 K옥션에 합류했고 2012년 대표에 올랐다.
◆ 2세대 경영인, 서울옥션 이옥경 K옥션 이상규
이옥경 대표(54)는 가나아트갤러리를 이끌던 지난 4월 서울옥션 CEO로 취임했다. 이 대표는 오빠 이호재 회장이 “화랑 일을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미술계에 뛰어들었다.
이호재 회장은 2000년 1월 가나아트갤러리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여동생인 이 대표에게 대표이사를 물려줬다.
이 대표는 20여년 동안 가타아트갤러리에서 미술품 유통사업을 경험하며 해외전시를 개척해 전속작가제,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같은 신사업 모델을 시도했다.
이 대표는 서울옥션에 취임하자마자 화랑경영 노하우를 살려 미술품 대중화에 앞장섰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온라인경매 이름을 ‘이비드 나우(eBid Now)’로 바꾸고 새롭게 단장했다. 100만 원 미만의 중저가작품을 많이 내놔 경매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이 대표는 또 미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카데미 강좌를 열어 다양한 연령대로 고객층을 넓혔다.
서울옥션은 이 대표의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매출 238억 원을 달성했다. 2013년 149억 원보다 50%나 늘어나 것이다. 영업이익은 51억809만 원으로 2013년보다 68% 증가했다.
이 대표는 미술시장이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해 올해 매출목표를 38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올해는 미술품 중심에서 나아가 보석, 시계, 오디오, 음반, 와인, 패션·디자인 제품 등 테마옥션도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그는 “30~40대 신진 애호가들을 끌어들여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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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규 K옥션 대표 |
이상규 K옥션 대표(54)는 하나은행 출신이다. 전임 김순응 대표의 권유로 K옥션에 몸을 담아 2012년 대표에 올랐다.
그는 미술계에 발을 들인 뒤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예술품감정학 석사를 취득하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대표는 후발주자인 K옥션을 성장시키기 위해 미술품 유통의 인프라를 만드는 데 주력해 성과를 거뒀다.
K옥션은 처음으로 미술품을 제대로 배송하는 변신을 꾀했다. 수천만 원이나 하는 미술작품이 팔려도 배송은 비닐포장한 뒤 고객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를 골판지 규격박스에 넣어 튼튼하게 배송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회사설립 당시가 시장 불황기였고 미술계에 구체적 시스템 정립이 덜 된 상태였다”며 “K옥션이 보험이나 작품 운송 등의 인프라를 만든 것은 자부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K옥션의 해외경매 진출을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 연합경매로 문을 두드려 보는 신중한 전략을 폈다. K옥션은 2011년 아시아 연합경매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홍콩경매에 뛰어들었다.
K옥션은 올해 3월 처음으로 홍콩에서 단독으로 경매를 열었다. 이 대표는 “지난 몇 년 동안 홍콩에서 아시아 주요 경매사와 연 2회씩 연합경매를 하며 노하우를 쌓아 이제 단독으로 진출할 만큼 역량이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K옥션은 당시 단색화를 중심으로 낙찰률 89%, 판매총액 71억 원을 이끌어내며 성공을 거뒀다.
K옥션은 2006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미술품을 온라인경매를 도입했다. 현재 K옥션은 신뢰할만한 온라인 경매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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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안중근 의사의 글씨 '경천'을 거래한 서울옥션 |
◆ 새로운 격전지 해외경매시장
서울옥션과 K옥션이 5월31일 홍콩에서 맞붙는다. 두 회사의 경매규모는 모두 215억 원을 넘어선다.
서울옥션은 2008년부터 홍콩에서 한국 경매회사로써 유일하게 경매를 진행해 왔다. 이제 8년 만에 K옥션이 가세해 경쟁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K옥션은 지난 3월 처음 참여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단색화 중심으로 출품작을 구성했다.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윤형근의 단색화는 80호 이상 대작이 13점이나 된다.
K옥션은 단색화뿐 아니라 박수근 김환기의 대표작도 내세웠다.
K옥션이 내놓는 90여 점 가운데 최고가는 박수근의 ‘목련’인데 추정가는 15억∼25억 원이다. K옥션은 “소박하면서도 건강함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박수근의 전형적 특징과 한국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수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기의 1969년 작품 '무제'는 7억∼12억 원에 나온다. 점과 선만의 완전한 추상으로 작품화면이 변하게 전의 작품으로 화면 가득 푸른색을 띠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번 홍콩 경매에 해외에서 소장됐던 고미술품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서울옥션은 고미술품과 근현대 작가 작품을 포함해 97점(125억 원)을 이번 경매에 내놓는다. 서울옥션은 홍콩경매가 15회째이지만 홍콩경매에 고미술품(19점, 30억 원)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옥션은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청화송하인물위기문호’도 내놓는다. 추정가만 9억8천만∼14억 원 수준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1939년 문명상회 이희섭이 조선총독부 후원을 받아 개최한 한국고미술전람회에 출품됐던 유물”이라며 “문명상회가 일본으로 반출한 문화재는 전람회에 진열한 것만 1만4516점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 도자기도 당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이 고미술품을 처음으로 홍콩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은 크리스티 뉴욕이 최근 한국 고미술 부분을 없앴기 때문이다.
서울옥션 이옥경 대표는 “해외에 있는 한국 고미술품 소장자들이 작품판매를 할 수 있는 경로가 없어져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경매는 해외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고미술품이 국내로 환수되는 효과는 물론이고 한국미술의 가치를 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옥션은 고미술품외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등의 단색화 작품 50여 점도 경매에 출품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