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우리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주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웰투시제3호)가 펀드 만기를 내년 7월까지 1년 연장함으로써 손 회장은 하반기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운용에 여유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웰투시제3호는 우리은행,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으로 구성된 사모펀드로 아주캐피탈 지분 74.04%를 들고 있다.
우리은행은 웰투시제3호펀드 지분 49.8%를 쥐고 있으며 나머지 펀드 지분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7월4일 웰투시제3호의 만기가 도래하면 우리은행은 보유한 지분(49.8%) 외에 나머지 지분 24.24%를 매수해 아주캐피탈을 인수해야 했지만 펀드 만기가 1년 연장되면서 인수가 내년 7월로 미뤄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웰투시제3호 만기를 1년 연장했지만 우리은행은 언제든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다”며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가격 상한선도 정해져 있어 아주캐피탈 주가가 오르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아주캐피탈 인수를 내년으로 미루면서 하반기에 2천억 원이 넘는 자금운영의 융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웰투시제3호가 아주캐피탈 지분 74.04%를 인수하기 위해 들인 금액이 약 362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 회장이 추가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최소 2천억 원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했다.
동양자산운용, ABL자사운용, 국제자산신탁, 아주캐피탈 인수로 끝날 줄 알았던 손 회장의 인수합병 전략이 바뀌면서 우리금융지주의 이름은 하반기 금융회사 인수전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가장 인수하길 원하는 금융회사를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로 추정했다.
증권사들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중대형 증권사들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증권사가 주도하는 투자은행(IB) 관련 사업의 금융지주 이익 기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천억 원은 중대형 증권사를 인수하기에 부족한 금액이지만 손 회장은 먼저 지분투자를 해두고 자기자본비율에 여유가 생기는 내년에 인수하는 전략을 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는 손 회장의 성에 찰 만한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 매물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잠재적 매물로 여겨지는 유안타증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금융지주와 유안타증권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손 회장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손 회장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했던 것처럼 매물이 많은 보험사 인수전에 갑작스럽게 등장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보험사는 새 국제회계 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자본 적립이 필요해 인수매력이 다른 금융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보험사 인가를 얻기가 여전히 어렵고 금융지주회사에 보험사는 필수라는 점에서 손 회장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매물로 평가되는 보험사는 KDB생명, 동양생명, MG손해보험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인가가 까다로운 보험사는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만큼 우리금융지주도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회사”라며 “우리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 등 경쟁자들이 생명보험회사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롯데카드 인수전처럼 매물로 나온 보험사를 선점하기 위한 지분투자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