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남영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이 2019년 5월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염호석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원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이 과거 삼성 측의 요청을 받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원이었던 염호석씨의 장례식을 노동조합장으로 치르지 못하도록 하는 데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14일 염호석씨의 장례 과정에 경찰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정이 2014년 5월에 염씨의 부친을 만나 장례를 노동조합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 경찰관은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의 요청을 받아 염씨의 부친을 설득했고 삼성 측이 지불한 합의금 6억 원 가운데 일부를 유족에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다.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 경찰 2명은 삼성 측에 유가족의 동선을 알려주고 유가족과 삼성 관계자들의 만남도 주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경찰서 정보관도 서울의료원에 있던 노동조합원들의 동향과 현장 상황을 여러 차례 삼성 측에 전달했다.
경찰은 당시 염씨의 시신을 지키던 노조원들을 강제로 연행했고 염씨의 시신은 부산으로 옮겨져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이 사건의 핵심은 경찰이 삼성 측 임직원과 협력해 노조장을 가족장으로 변경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해 삼성 측의 대리인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이런 행위에 가담한 경찰 정보관들이 윗선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노사관계에서 객관 의무를 위배한 만큼 경찰청이 사과해야 한다며 경찰의 정보활동 내용을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찰청 진상조사위는 이른바 '삼성 노조원 시신 탈취사건'으로 불리던 이번 사건을 지난 6개월 동안 조사해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던 염씨는 2014년 5월17일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뤄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유족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으나 염씨의 부친은 삼성 측의 합의금을 받은 뒤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