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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킥스타터 공동창업자인 찰스 애들러, 페리 첸, 얀시 스트리클러 |
'품앗이, 두레, 계, 그리고 크라우드펀딩.'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개인이 노동이나 돈을 한 데 모은다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군중(Crowd)과 모금(Funding)의 합성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킥스타터’는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꼽힌다. 킥스타터는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킥스타터는 세계 460여 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킥스타터는 2009년 4월 처음 모금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여 만에 10억 달러를 모았다.
킥스타터는 출판, 독립영화, 음반제작, 아이디어 제품개발, 연구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는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킥스타터도 이를 통해 믿을 만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킥스타터가 성공하자 ‘유통 공룡’ 아마존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마존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나오는 신제품을 욕심내고 있는 것이다.
◆ 킥스타터, 될성 부른 스타트업 키우는 요람
세계 최초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인디고고’다. 하지만 킥스타터는 후발주자로 2009년 출발한 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올랐다.
킥스타터의 역사는 미국 뉴욕에서 페리 첸, 얀시 스트리클러, 찰스 애들러 등 킥스타터 공동대표가 콘서트 비용을 마련할 길을 고민하다 콘서트 참가 희망자들로부터 티켓 비용을 먼저 받는 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 뒤 킥스타터는 스타트업들이 크고 작은 혁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고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발전했다.
대표적 성공사례가 '페블 스마트워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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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킥스타터를 통해 유명해진 길거리 가수 아만다 파머 |
페블의 CEO인 에릭 미기코브스키는 2012년 기발한 스마트워치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벤처투자자들에게 설득했으나 번번히 거절당했다.
그는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조만간 갤럭시기어나 애플워치가 나오는 마당에 페블에 어떻게 투자를 하겠느냐는 말을 수차례 들어야 했다.
페블의 CEO는 킥스타터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는 킥스타터에 상품 아이디어와 목표모금액, 제품 개발완료 예정시점 등을 올렸다. 미국에 살고 있지 않는 해외 거주자로부터 카드결제 후원을 받는 킥스타터의 기능도 활용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페블은 무려 7만여 명으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았다.
페블은 지난 3월 신제품 ‘페블타임’을 킥스타터에 또 다시 내놔 신화를 다시 썼다. 페블타임은 이번에도 224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해 킥스타터에서 가장 투자를 많이 받은 상품 1위에 올랐다.
가상현실기기 제조업체 오큘러스도 2012년 킥스타터에서 한 달 만에 24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팔머 럭키 오큘러스 창업자는 킥스타터를 통해 지분을 팔지 않고도 개발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오큘러스는 이렇게 탄생해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20억 달러에 매각됐다. 킥스타터에서 첫 투자금을 받은 지 2년 만에 어마어마하게 몸값을 올린 셈이다.
팔머 럭키 오큘러스 창업자는 “킥스타터에서 개발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당시에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최소 300달러 이상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시제품을 먼저 나눠줬다”고 말했다.
킥스타터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드라마팬 9만여 명이 함께 모은 600만 달러로 제작된 ‘베로니카 마스’가 지난해 개봉했다. 길거리 가수에 불과했던 아만다 파머는 킥스타터에서 13억 원을 투자 받아 빌보드 차트 5위에 오르며 유명해졌다.
킥스타터는 신생 연구소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도 내놓았다. 북미지역의 다람쥐 개체를 세는 연구지원부터 방귀를 줄여주는 웨어러블 기기, 일본 방사능 오염도 측정장치 등 혁신제품이 시장이 나오는 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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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킥스타터 모금액 1위를 차지한 '페블타임' |
◆ 킥스타터는 어떻게 크라우디펀딩의 대명사가 됐나
킥스타터의 얀시 스트리클러 CEO는 “킥스타터는 사람들이 열망하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큰 공동체”라고 킥스타터의 정체성을 정의했다.
스트리클러는 “신명나는 아이디어로 제작된 제품들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라며 “모금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거리와 문화가 되면서 투자자들이 소속감을 키우고 고객들도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지난해 킥스타터에서 투자자들이 투자한 금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금액은 570만 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결과물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이 불과 1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킥스타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킥스타터는 2009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한 달 투자금액이 3900달러에 그쳤다.
킥스타터는 세계에서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1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6억6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다음으로 영국 투자자들이 544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한국에서 킥스타터에 참여한 투자자들도 7천여 명에 이르렀다.
킥스타터는 설립되고 4년이 지난 2013년에서야 대중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이 플랫폼을 두고 “패러다임의 변화”이며 “미래에 투자하는 선구적 모금 시스템”이라고 극찬했다.
킥스타터가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투자자가 돈을 댄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시제품을 가장 먼저 받아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킥스타터 투자자들은 인터넷에서 시제품 사용후기를 올려 직접 입소문을 내고 홍보하면서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더욱 높였다.
킥스타터 투자자들은 프로젝트가 목표금액을 넘지 못하면 그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목표금액을 넘어 투자가 성사될 경우에 돈이 아닌 해당 시제품, 티셔츠, 작가와의 식사, 감사인사 등 다른 유무형 형태의 보상을 받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대형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이 객관적으로 시장성이 있는 지 만을 평가잣대로 삼았다”며 “그러나 킥스타터가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한 사업에 참여해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게 한 점이 가장 혁신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킥스타터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규모는 지난해 162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불과 1년 전인 2013년 시장 규모가 61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가 커진 것이다.
◆ 아마존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노리는 이유
유통공룡 아마존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자 사이에 중개인 역할을 하면서 아마존에서 스타트업 제품을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아마존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에게 재무나 회계교육은 물론이고 마케팅 홍보 등을 알려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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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
아마존은 지난 3월 킥스타터에서 성공한 신제품을 한데 모은 전용 온라인 매장인 '아마존 익스클루시브'를 열었다.
킥스타터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만을 모아 아마존 고객들이 흩어져 있는 혁신제품들을 한 곳에서 편리하게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이밖에도 스타트업과 지속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려고 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 열린 미국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후원했다.
아마존은 크라우드펀딩사업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을 아마존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스타트업은 기존 대기업들과 달리 창의적 제품을 내놓기 때문에 아마존은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한 제품으로 고객을 더욱 많이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
IT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크라우드펀딩사업에 본격 진출할 경우 킥스타터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한계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이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유용한 방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올라온 스타트업의 제품들은 지나치게 혁신적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실패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킥스타터 프로젝트 가운데 정보기술 제품은 전체 모금액의 4.1%에 불과하지만 모금액 총액의 20% 넘게 차지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75% 이상이 제품 출시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벤처캐피털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 만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지적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각양각색의 프로젝트 개설자들과 투자자들이 모이다 보니 도덕성 논란도 끊임없이 나온다.
킥스타터에서 목표금액 모금에 성공한 프로젝트 개설자가 1년이 넘게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프로젝트 개설자는 2013년 6월 공룡 사냥 서바이벌 게임을 만들겠다며 4400여 명으로부터 11만4천 달러를 모았다.
이 개설자는 킥스타터에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글을 남긴 뒤 1년이 지난 뒤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투자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도 발생한다. 킥스타터는 지난해 2월 이용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비밀번호, 우편주소, 이메일 주소 등이 해킹으로 새어나갔다고 밝혔다. 금융 관련정보는 다행히 유출되지 않았다.
얀시 스트리클러 킥스타터 CEO는 당시 “해킹사건이 일어난 즉시 킥스타터 시스템 전반의 보안을 강화했다”며 “킥스타터와 같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쓰는 사이트가 있다면 즉시 비밀번호를 바꾸길 바란다”고 사과해야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