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시장에서 ‘큰손’인 MBK파트너스가 올해 최대 매물로 꼽히던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체면을 구겼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롯데지주와 롯데 금융 계열사 매각 주관을 맡은 씨티글로벌마켓은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했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인수전 막판에 우리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꾸리며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를 모두 인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게다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 각각 MBK파트너스와 비교해 덩치가 작은 사모펀드들의 품에 안기면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MBK파트너스의 체면이 구겨졌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를 인수하기 위해 상당한 ‘몸값’을 불렀지만 한앤컴퍼니가 입찰가격, 임직원 고용승계, 롯데그룹과 협력방안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승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데다 2016년부터 손해보험사 인수를 검토하며 전문성을 쌓았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2005년 세운 사모펀드로 2006년 현대캐피탈과 손잡고 인수한 HK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업종에 걸쳐 국내외 기업 38곳에 투자하고 있는 최대 사모펀드다.
HK저축은행과 한미캐피탈, 코웨이, 홈플러스, 오렌지라이프 등 굵직한 투자에 참여하며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 조 단위가 넘는 거래에서는 빠지지 않고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다.
운용자금 규모가 150억 달러(17조 가량)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그동안 각종 인수전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이번 롯데 금융 계열사 인수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은 셈이다.
다만 실망하고 있을 겨를은 없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영업환경 변화에 맞춰 사업을 재편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피하는데 집중하면서 인수합병시장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 기업결합건수는 702건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많았다.
MBK파트너스도 이미 넷마블, 텐센트 등과 손잡고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넥슨 매각가가는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돼 거래가 이뤄지면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거래액을 새로 쓰게 된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와 코웨이를 각각 팔아 4조 원을 웃도는 자금을 회수한 만큼 사용할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롯데 금융 계열사 인수전 결과가 기존 인수합병 사례와 달리 ‘이름값’과 ‘몸값’만으로 갈리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매각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운용전략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