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하며 실리콘웍스와 동운아나텍 등 팹리스의 혜택이 기대된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팹리스와 수요 기업을 연결해 협력을 강화하고 시스템반도체의 공공수요를 창출하는 등 팹리스를 육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팹리스를 육성하려는 이유는 시스템반도체에서 설계능력이 미세공정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성능을 지닌 제품이라도 설계능력에 따라 다른 설계로 이뤄질 수 있고 제조 원가도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팹리스 경쟁력을 강화해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기업)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는 셈이다.
정부의 팹리스 지원정책에 따라 코스닥 상장업체 실리콘웍스, 동운아나텍 등이 시장을 확대하며 기술역량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설계해 공급하는 팹리스다. 디스플레이 관련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에 LG그룹 계열사로 편입했으며 LG디스플레이가 주요 고객이다.
현재 국내 팹리스 가운데 실적이나 기업 규모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팹리스로 평가된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외에도 자동차, 배터리, 가전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다”며 “실리콘웍스는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높아 디스플레이부문 시스템반도체기업 가운데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세계 5위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자적 설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고객사를 확보하며 고객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운아나텍은 휴대폰과 태블릿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다.
동운아나텍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더불어 차랑 전장용 햅틱(터치 기능 등 촉각 활용 기술) 솔루션과 지문인식 모듈, 타액을 기반으로 한 혈당 측정기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운아나텍은 햅틱사업 매출이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확대되며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수익성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동운아나텍이 2019년에 매출 942억 원, 영업이익 179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83% 급증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이밖에 코스닥 상장사인 앤씨앤(옛 넥스트칩),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 비상장사인 옵토레인, 엠씨에스로직, 실리콘마이터스 등도 정부 지원에 따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팹리스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삼성전자 화성공장을 방문해 “우리의 목표는 팹리스 분야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팹리스와 시스템반도체의 수요 기업인 자동차, 바이오, 사물인터넷,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연결해 연구개발(R&D) 등의 협력을 꾀하고 자금 지원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제와 금융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뒷받침하고 시스템반도체과 연관된 4차산업혁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세대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