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후보대학으로 꼽히자 지방대학과 지역일자리 창출기관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주요 대학에 한정돼 지방대학 발전이나 지역인재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건설중인 EUV전용 반도체공장.
24일 정부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반도체 계약학과 설치를 협의하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 설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의지에 맞춰 추진하는 사업이다.
두 기업은 이 학과에서 학부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을 100% 직원으로 채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발간한 ‘산업기술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업계 전문인력은 1423명 부족한데 이는 디스플레이업계에 부족한 전문인력보다 5배 이상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치함으로써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후보대학들이 대부분 수도권 주요 대학이라는 점이다.
지방대학과 지역일자리 창출기관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국내 1, 2위의 반도체기업들이 서울권 주요 대학에만 채용 연계학과를 만드는 것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방 인재들을 역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 일자리창출 기관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현재 지방대학교에도 반도체 관련 학과들이 개설돼 있다”며 “반도체기업들이 지방 대학교들과 협력해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수현 충북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수석연구관은 “충북대와 청주대에서도 반도체 관련학과가 설치돼 있는데 반도체 계약학과를 서울권 대학에만 한정해 설치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말을 들을수 있다"며 “해당 학과를 지방 대학들에도 설치한다면 반도체 기업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지방 대학의 교육수준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업들은 대학 선정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정부와 협의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가장 적합한 대학들을 선정한 것”이라며 “어떤 대학을 선정하느냐의 문제는 산업자원부 정책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