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포라가 올해 10월 강남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열기로 하면서 국내 헬스앤뷰티숍시장은 대응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세포라는 화장품편집숍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34개국에 2500여 개의 매장을 뒀다. 한국 진출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헬스앤뷰티숍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포라가 국내에 안착할 지 여부를 떠나 기존 업체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도 헬스앤뷰티숍업계는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오는 마당에 세포라가 가벼운 이름은 아니다"고 말했다.
랄라블라는 업계 2위라고는 해도 1위 올리브영과 매출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3위 사업자인 롭스는 랄라블라를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올리브영은 세포라의 진격에 크게 위협받기에는 워낙 입지가 탄탄하고 롭스는 롯데쇼핑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었다. 롭스는 공격적 출점을 지속해 매장을 2017년 96개에서 지난해 124개로 늘리면서 랄라블라와 점포 수 격차를 40여 개로 좁혔다.
반면 GS리테일은 랄라블라에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사정이 좋지 않다. 헬스앤뷰티숍부문을 비롯한 신사업들이 편의점이 벌어들인 돈을 깎아먹고 있는데 편의점 성장세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랄라블라의 기존 점포에서 수익을 확대해야 하는데 세포라의 등장이 달가울 리 없다.
실제로 랄라블라(옛 왓슨스)는 매장 수가 2015년 113개에서 2016년 128개, 2017년 186개로 매년 늘다가 지난해는 다시 168개로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장 9개를 닫아 159개를 영업하고 있다.
국내 헬스앤뷰티숍 전체매장 수가 2016년 1천 개에서 2018년 1500개로 불어난 점을 고려하면 랄라블라는 뒷걸음질을 한 셈이다. 지난해 랄라블라는 손실 254억 원을 냈다.
허 대표에게 이런 고전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는 2017년 6월 왓슨스코리아를 GS리테일에 완전히 흡수합병하면서 헬스앤뷰티숍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2월에는 브랜드 이름을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바꾸며 과감한 경영기조를 이어가기도 했다. 점포 수를 2018년 연말까지 3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으나 이루지 못했다.
왓슨스의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랄라블라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후 브랜드 인지도 확보와 차별화 전략에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는 허 대표가 신중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GS리테일은 랄라블라의 외형 확장보다는 적자 축소에 주력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부실점포를 정리하는 동시에 수익 위주의 우량점을 출점할 것"이라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