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천문학적 매각금액과 비교해 넥슨이 값어치를 할 것인지를 두고 전략투자자와 재무투자자 등이 저울질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여
김정주 NXC 대표이사가 초조할 수밖에 없게 됐다.
15일 게임업계와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넥슨 매각 본입찰 일정은 아직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애초 본입찰은 4월 초로 예상됐다. 그러나 4월 중순 이후로 미뤄진 뒤 또 다시 4월 말 혹은 5월 초에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이 2월21일 이뤄졌던 데 비춰보면 기업실사가 길어지면서 2달 가까이 일정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넷마블과 카카오 등은 자금력이 부족해 중국 거대 정보통신기술기업 텐센트의 도움 없이 넥슨을 인수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되는데 텐센트가 셈법을 놓고 고심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넥슨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최대 17조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매각 과정 초기부터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하는 것은 사업 방향성과 맞지 않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는데 최근 넥슨 계열사들이 제출한 감사보고서들은 넥슨 인수를 낙관하기 힘들게 만든다.
텐센트는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서 배급한다. 텐센트는 매년 네오플에 지불하는 지식재산권 사용료 1조 원가량을 내부화하기 위해 넥슨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오플은 넥슨코리아의 100% 자회사다.
하지만 네오플을 제외하면 넥슨 계열사들은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2018년 처음으로 별도기준 매출이 줄며 적자 전환했다. ‘서든어택’을 개발한 넥슨지티는 연결기준 매출이 34% 감소했고 영업손실폭은 10배 넘게 증가했다. ‘오버히트’ 개발사 넷게임즈는 매출이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손실이 3배가량 확대됐다.
넥슨은 수 년 동안 새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PC온라인게임 강자로 평가받아 왔지만 넥슨이 내세우는 게임들은 대부분 오래 전에 개발됐다.
‘카트라이더’와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PC방게임 점유율 10위권 안에 든 넥슨의 게임들은 대부분 출시된 지 15년 정도 지났다.
넥슨이 모바일 시대에 뒤처진 모습을 보이는 점도 텐센트가 투자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특히 PC 보급률이 높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많다.
넥슨은 올해 상반기 안에 모바일게임 14종을 새로 내놓거나 해외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지금까지 선보인 게임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크레이지아케이드BnB M’은 ‘크레이지아케이드BnB’라는 유명한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출시 초반 인기몰이를 했지만 출시 한 달도 안 된 지금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20위로 밀려났다.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KKR 등 적격 인수후보에 올랐다고 알려진 재무투자자들도 선뜻 인수전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넥슨 주가는 매각이 발표된 뒤 이미 20% 정도 오른 데다 게임회사는 제조기업 등과 달리 담보로 잡을 자산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이라는 무형자산에 바탕을 두고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재무투자자들 역시 넥슨 계열사들이 나타내고 있는 부진한 실적이 미래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고 바라볼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김 대표와 NXC 등 법인 3곳이 1조5천억 원 규모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점도 인수 후보자들의 결단을 지체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김 대표 등을 고발하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월 조사에 들어갔다.
NXC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아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