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동 현대트랜시스 대표이사 사장이 앞으로 4년 안에 매출을 70% 이상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두고 있지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변속기와 시트를 주력으로 하는 사업 특성상 전장부품의 중요성이 부각하는 미래차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만한 뚜렷한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현대트랜시스에 따르면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이 합병해 올해 1월 출범한 현대트랜시스는 2022년 매출 목표로 12조 원을 내걸었다.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은 지난해 각각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2668억 원, 2조8521억 원을 냈다. 합산 매출이 7조1189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약 4년 만에 매출을 5조 원 가까이 늘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현대트랜시스는 기존에 두 회사에 나뉘어 있던 인력과 물적 자원을 하나로 통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영업력을 강화해 매출을 늘리기로 했다.
현대다이모스가 수동변속기와 자동화수동변속기(DCT)를 생산해왔고 현대파워텍이 자동변속기와 무단변속기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자동차 변속기 모든 분야를 아우르게 된 점도 매출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대트랜시스의 사업이 매출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에서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기존 현대다이모스는 변속기와 액슬(차축)을 생산하는 P/T부문에서 2016~2018년에 한 해 매출로 평균 1조8100억 원가량을 냈다. 적을 때는 1조7천억 원, 많을 때는 1조9700억 원 수준이었으나 대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시트부문도 최근 3년 평균 연간 매출이 2조3500억 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보니 매출이 사실상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다이모스는 최근 3년 동안 현대차그룹 계열사에게 전체 매출의 95%가량을 냈다.
현대파워텍도 마찬가지다.
현대파워텍은 A/T(자동변속기)사업부문만 하고 있는데 이 부문의 주요 고객도 사실상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이 급증하지 않는 이상 현대트랜시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다.
현대트랜시스가 7월부터 인도 현지공장을 운영해 하반기부터 가동되는 기아차 아난다푸르 공장의 물량을 따내긴 하겠지만 외형이 소폭 늘어나는 수준이어서 중장기 목표달성에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부품산업의 미래가 전통적 사업으로 분류되는 변속기와 시트 등에서 점차 전기장비(전장) 등 전동화부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현대트랜시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미래 부품산업을 담당할 핵심 계열사로 키우기 위해 역량을 쏟아 붇고 있다.
여 사장은 현대차에서 임원으로만 10년 이상 재직하다가 지난해 12월 실시된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트랜시스의 초대 대표이사에 올랐다.
여 사장은 2008년 현대차 이사로 승진해 호주법인(HMCA)방, 감사기획팀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말부터 오랜 기간 기획조정2실장을 맡으며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기획조정2실은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등 주력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 사장이 현대차그룹 컨트롤타워에서 오래 일했던 만큼 현대트랜시스의 새 성장동력을 맡는 적임자로 발탁된 것인데 이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현재 여 사장은 회사 내부적으로 각 부문별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곧 조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공유해 비전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회사는 변속기부문에서 풀라인업을 지닌 글로벌 유일한 기업”이라며 “올해부터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다른 글로벌 완성차기업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하는데 집중하고 있고 이미 가시화한 사업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대에 대비해 파워트레인 전동화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흐름에 맞춰 차세대 시트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