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현지 공장을 앞세워 미국 태양광 모듈시장을 공략한다.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공장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인데 유의미한 수준의 실적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와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시범가동을 시작했다. 올해 중반부터 완전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헌츠빌 공장은 면적 8700㎡ 규모로 LG전자가 올해 2월 내놓은 신제품 고효율 모듈 ‘네온2 V5’ 시리즈를 양산한다.
네온2 V5 모듈은 LG전자가 미국시장에 공급할 주력제품으로 헌츠빌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전량 미국에서 판매된다.
LG전자는 2018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현지 태양광 생산체계 가동에 힘입어 2019년 1분기부터 B2B사업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두 자릿수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LG전자의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수익성은 크게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전자 B2B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에 500~6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이익이 최대 36%에서 최소 20%가량 후퇴한 것이다.
LG전자 태양광 모듈의 글로벌 점유율이 1.4%로 미미한 상황에서 시장 경쟁 심화와 모듈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업황 악화로 현지 공장 설립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시장 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1와트당 가격은 2018년 6월 0.31달러에서 11월 0.22달러로, 올해 4월 0.21달러까지 하락했다.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 신규 공장을 건립하는 기업에게 3년 동안 법인세 면제와 설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태양광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태양광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다만 미국시장은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수입물량 감소 등으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비교적 높게 형성되고 있고 주택용 태양광 수요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현지에 공장 설립을 마친 LG전자가 앞으로 반등 기회를 찾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신규 설치 수요는 2017년 11GW에서 2018년 11.7GW로 높아졌고, 올해도 12GW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고효율 태양광 모듈에 집중해 프리미엄 모듈시장을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만큼 크고 작은 업체가 난립한 태양광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살아남으면 앞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나갈 수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초고효율 태양광 모듈 제품을 계속 선보여 기술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모듈사업은 구본준 전 LG 부회장이 친환경에너지사업을 LG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 2015년에 시작됐는데 사업 초기에는 연 평균 25%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태양광 모듈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시장 에 공격적으로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태양광 모듈에 3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LG전자의 태양광 모듈사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태양광 모듈과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을 두 축으로 하는 LG전자 B2B사업본부 영업이익은 2018년 1분기 788억 원에서 4분기 149억 원까지 감소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미국을 태양광 모듈의 주력시장으로 삼고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500MW(메가와트) 생산능력을 갖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설립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