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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5G요금제 별렀다, LTE 실패 만회 위해 초강수 승부걸어

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 2019-04-05 16: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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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조사결과 고객들이 5G로의 이동을 망설이는 대부분의 이유가 비싼 단말 가격과 5G 요금 때문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통신사업자로서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이 이율배반적 조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3년을 고심했다.”

박현진 KT 5G 사업본부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KT 5G요금제 별렀다, LTE 실패 만회 위해 초강수 승부걸어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KT가 ‘완전 무제한 요금제’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5G통신 상용화 초기에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5일 KT 관계자는 “KT는 5G 서비스 시작 당일인 5일 14시25분 기준으로 5G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어섰는데 무제한 요금제 덕분이라고 본다”며 “요금제 발표 이후 사전예약도 늘었으며 이날 개통 상황을 보면 타사의 집계는 알 수 없지만 LTE 때와 비교해도 매우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KT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라는 승부수가 통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일 KT가 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한 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곧바로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내년 말 혹은 올해 말까지만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프로모션 성격이다. 이마저도 6월 말까지 가입을 해야 데이터의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업계는 5G에서 완전 무제한 요금제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3~4년이 걸릴 것으로 바라봤다. 3G와 LTE 때 모두 무제한 요금제는 각각 서비스 시작 7년 후에 출시됐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새로운 통신망 시설투자(CAPEX)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릴뿐더러 이용자들의 통신 이용패턴 등을 분석해 적정한 요금을 산출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완전 무제한 요금제 출시는 빨리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KT는 5G 상용화와 함께 파격적 승부수를 띄웠다.

5G에서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이 데이터 사용량에 있다는 판단 아래 저렴한 요금제로 5G 초기 가입자들을 끌어 모은다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5G 초기 가입자들은 게임이나 가상현실 등 대용량 콘텐츠 이용이 목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5G통신 준비에 2조 원에 가까운 시설투자를 단행했고 올해도 2조6천억 원가량의 추가 시설투자를 예상한다. 이를 메울 수 있는 매출이 필요하지만 KT는 일단 가입자 확보에 초점을 맞춰 초기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를 많이 확보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든든한 가입자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망을 놓고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결정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무제한 요금제를 고심했지만 이용자가 늘면 트래픽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결국에는 프로모션으로 ‘상황을 지켜본 뒤’ 요금제를 수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5G 가입자가 어느 정도로 넘어올지, 그들이 데이터를 얼마만큼 소비할지 데이터가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예측을 할 수 없다”며 “KT가 강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명회에서 준비된 네트워크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데이터 용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TE 가입자의 월 평균 트래픽은 9GB이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의 트래픽은 22GB, 무제한 외 가입자는 2GB로 집계됐는데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도 당분간은 월 평균 22GB 수준을 크게 넘지 않을 것으로 KT는 바라봤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콘텐츠 등 5G의 킬러콘텐츠 서비스가 아직 안정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만큼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기지국을 늘릴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KT는 현재 기지국도 상당 수준 확보했다.

SK텔레콤은 기지국수가 3만4천 개이고 KT는 3만 개로 출발하는데 두 회사의 가입자 수를 따져보면 KT가 적지 않은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KT의 1.49배가량이다.  

KT 관계자는 “현재 혹은 올해 말까지 기지국 확보상황을 예측해봤을 때 고객들의 5G 데이터 사용에 문제가 없을 충분한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안에 3.5GHz 대역으로 85개 도시를 소화하고 내년 초에는 28GHz 대역을 활용해 무제한 데이터 제공에 대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전체 인구의 85%에 해당하는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는 준비도 1년 안에 갖추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KT는 이통사가운데 처음으로 5G 커버리지 맵(map)을 KT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5G 커버리지 맵을 이용하면 누구나 전국 5G 기지국 구축 상황을 시와 구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맵은 매일 업데이트 된다. 

KT가 LTE 도입 때 초기 가입자 확보가 중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던 만큼 5G 상용화를 앞두고 가입자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단단히 별렀다는 말도 나온다. 

KT는 2011년 주파수 전략에 실패해 경쟁 통신사들이 LTE 가입자 100만 명을 모을 동안 서비스를 채 시작하지도 못했었다. 

당시 주파수 경매에서 1.8Ghz 주파수를 놓고 KT는 SK텔레콤과 경쟁을 벌였지만 경매금액이 1조 원까지 치솟자 백기를 들었다. 당시 이석채 전 KT 회장은 직접 기자실을 찾아와 1조 원을 들여 이 주파수를 사느니 다른 곳에 자금을 쓰겠다며 경쟁을 포기했었다. 

이필재 KT 마케팅 부문장은 최근 5G 기자간담회에서 “KT는 통신 서비스 세대교체에서 뼈아픈 기억이 있다”며 “고객을 위한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5G 서비스는 다음 세대교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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