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공장에 들이는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시스템반도체를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내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5G통신반도체 양산을 통해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안정적 실적기반을 확보하고 반도체 고객사에 기술력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3일 로이터 등 외국언론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화성사업장에 6조 원 이상을 투자해 EUV(극자외선)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건설을 담당한 삼성물산은 최근 삼성전자의 공장 건설공사 수주 계약금액을 기존 7226억 원에서 1조4619억 원으로 2배 이상 높여 발표했다.
전자전문매체 테크스팟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부진에 대응해 화성공장의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며 "사상 최고 실적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장 건설금액의 변동은 투자 확대와 직접적 연관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을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사업에 강력한 성장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규모는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이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으면 메모리반도체에 대부분의 실적을 의존하는 약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반도체공장에 증설투자를 벌이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점도 시스템반도체사업에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집중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삼성전자는 화성 반도체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는 2020년 상반기부터 5G통신반도체를 중심으로 EUV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EUV는 반도체 성능과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활용되는 핵심기술이다.
퀄컴은 삼성전자가 7나노 EUV공정을 상용화하기 전부터 미리 공급 계약을 맺고 삼성전자에 7나노 기반의 5G 통신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5G통신반도체도 7나노 EUV공정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업체는 5G통신이 세계적으로 보급되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5G 스마트폰 출시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5G 스마트폰의 필수부품인 5G통신반도체 수요도 내년부터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퀄컴과 삼성전자는 5G통신반도체에서 인텔과 미디어텍 등 경쟁사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초반부터 스마트폰업체들의 통신반도체 수요를 크게 끌어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대부분의 5G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통신반도체 위탁생산을 책임질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경쟁사인 대만 TSMC의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 데다 공정 기술력도 앞서고 있어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를 넓히는 데 고전해 왔다.
하지만 7나노 EUV공정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기술인 만큼 충분히 경쟁 우위를 갖출 수 있다.
삼성전자가 퀄컴과 삼성전자의 5G통신반도체 양산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에 기술력을 증명한다면 내년부터 위탁생산 수주 확대 성과도 점차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공정 기술력을 갖추고 고객 다변화를 추진해 중장기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