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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오른쪽)이 지난 23일 LG트윈스와 경기 도중 심판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한화 이글스가 프로야구 판을 달구고 있다.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매번 코리안시리즈 같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힘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김 감독의 리더십에 변화가 생겨 화제다.
김 감독이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소 낯설다. 김 감독은 과거에 냉정하고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던 것과 달리 요즘 들어 부쩍 소통과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30일 기준으로 한화 이글스는 SK와이번즈와 함께 공동4위에 올랐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뜨겁다.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시청률 1%는 물론이고 2%도 여러 차례 넘겼다. 케이블TV에서 시청률 1%만 넘겨도 ‘대박’ 소리를 듣는다.
이는 한화 이글스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력은 강하지 않아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성적도 많이 올랐다. 한화 이글스의 요즘 성적은 ‘~년 만에’ 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한화 이글스가 22경기를 치른 뒤 5할 승률을 넘긴 것은 6년 만이다. 지난 26일 2년 만에 3연전을 모두 이기기도 했다. 그 결과 6년8개월 만에 단독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에 대한 관심의 절반은 김 감독의 몫이다.
김 감독은 소통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리더로 통했다. 일단 판단이 서면 뜻을 굽히거나 흔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혹독한 훈련과 정신무장, 철저하게 계산된 야구는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나 김 감독이 변했다. 승리를 해도 무표정하던 모습과 달리 김 감독이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례적으로 마운드에 올라가 스킨십으로 투수를 격려하는가 하면 이어진 호투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김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와 ‘빈볼 논란’이 일어났을 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 야구인생에 없었던 일이다.
김 감독은 또 선수들의 실수를 감싸 안는 경우가 늘었다. 선수가 실책을 저질러도 감독의 책임으로 돌린다. 김 감독은 지난 29일 부실한 수비로 경기에 진 뒤 “오더를 잘못 짰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이 감성과 부드러움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쪽으로 바뀐 데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일부 관계자들은 김 감독이 오랜 기간 꼴찌에 머무른 팀을 이끄는 데 채찍뿐 아니라 당근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본다. 사기를 끌어올리고 단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고양 원더스 시절의 경험이 그를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추측한다. 김 감독이 나이가 들어 성격이 부드러워졌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이전의 ‘철혈’ 리더십만큼이나 화제의 중심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 감독은 이글스 감독 취임 당시 “비정함은 애정에서 나오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변화는 적어도 그의 비정한 리더십이 애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보여준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