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중 OCI 최고운영책임자 사장이 OCI의 각자대표이사에 올라 폴리실리콘사업을 도맡게 됐다.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이 김 사장을 ‘폴리실리콘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만큼 김 사장에 부여된 과제는 OCI 폴리실리콘사업의 경쟁력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26일 OCI에 따르면 김 사장은 주력제품인 폴리실리콘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방안 마련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OCI가 계획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투 트랙 전략’에 발맞춰 말레이시아공장의 단계적 증설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투 트랙 전략은 장기적으로 국내 군산공장에서 반도체용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말레이시아공장에서 태양광 발전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것이다.
OCI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용 폴리실리콘은 생산단가가 높아 중국회사들과의 가격 싸움에서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시장 조사기관 피브이인사이트(PVInsights)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8일~22일) 폴리실리콘은 킬로그램당 8.96달러에 거래됐다. OCI 군산공장의 생산단가인 킬로그램당 14달러보다 훨씬 낮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 전기요금은 폴리실리콘의 생산단가 가운데 40%가량을 차지하는데 말레이시아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1/3 수준이다.
김 사장은 말레이시아공장의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증설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OCI는 현재 말레이시아공장의 생산량을 연 1만7천 톤에서 2만7천 톤으로 늘리는 공사를 진행 중인데 올해 상반기 안에 증설이 끝난다.
하지만 증설이 끝나도 말레이시아공장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의 생산단가는 킬로그램당 10달러 수준으로 여전히 가격 면에서 중국회사에 밀리는 만큼 추가 증설이 불가피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량 1위 회사인 중국 GCL의 생산단가는 킬로그램당 7.3달러이며 용싱과 다코 등 중국의 차순위 회사들도 8달러 수준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안에 GCL이 3만 톤, 용싱이 4만 톤, 다코가 1만5천 톤씩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늘리는 증설이 끝난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이들의 생산단가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에게 다행인 것은 OCI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은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말레이시아공장의 증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OCI가 대만 시노아메리칸에 3634억 원어치의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계약은 2027년까지 진행되는 장기계약이다. 중국 징아오솔라와 컴텍솔라에 각각 5823억 원어치, 1555억 원어치를 공급하는 계약은 2024년이 만기다.
김 사장은 OCI 내부에서 말레이시아공장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 사장은 RE(신재생에너지일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2016년 말레이시아공장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이를 사들이는 일을 맡았었다.
인수를 마친 뒤에는 말레이시아법인인 OCIMSB의 사장으로 옮겨 공장을 안정화하고 조기에 가동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말레이시아공장은 군산 공장과 비교해 낮은 생산단가로 OCI의 폴리실리콘 사업이 2017년 흑자로 돌아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하반기 OCI는 폴리실리콘사업에서 127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말레이시아공장이 없었다면 적자폭은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이 말레이시아공장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한 자금 마련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OCI는 넉넉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말을 기준으로 OCI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670억 원에 이른다.
무보증 회사채의 신용등급도 2017년 A0(긍정적)에서 2018년 A+(안정적)으로 올라 회사채 발행에도 문제가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