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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왜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소극적으로 돌아섰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4-28 19: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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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왜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소극적으로 돌아섰나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6천억 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해 금호산업 본입찰이 유찰됐다.

김 회장이 제시한 가격은 금호산업 지분 57.48%의 시가에 30%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채권단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을 인수하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막판에 급격히 의욕이 식은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탈락했다.

금호산업 본입찰이 유찰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아쉬운 상황에 처했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면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손쉽게 되찾을 수 있었지만 유찰결정으로 다시 불확실한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직접 계약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채권단이 재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인수전의 흥행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 김상열, 막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이유

28일 진행된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해 6007억 원을 입찰가격으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초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하한선인 7천억~8천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에 대한 인수의지를 분명히 밝혀왔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매각가가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호반건설의 자금동원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며 완주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번 인수전에서 김 회장이 합리적 가격을 제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이날 “실사결과를 토대로 합리적 가격을 검토해 제출한다는 것이 회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회사 경영진 사이에서 호반건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내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의 회계자문을 맡은 EY한영도 실사결과 8천억 원 이상을 쓰는 게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도 호반건설이 1조 원 이상의 금액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을 통해 호반건설을 널리 알리고 전국구 인물로 부상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또 광주상의 회장이 돼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호반건설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호반건설이 중점을 두고 있는 주택보급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택보급사업은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중요하다.

김 회장으로서 얻을 것을 모두 확보한 만큼 굳이 무리하게 인수가격을 써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광주 등 호남지역 여론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광주지역 정계를 중심으로 박삼구 회장과 김상열 회장의 과열경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광주지역에서 금호산업이 원래 주인이던 박삼구 회장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동정론이 퍼져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최근 김상열 회장에게 과도한 경쟁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김상열, 왜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소극적으로 돌아섰나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채권단 유찰결정, 고민에 빠져

채권단은 이날 채권단운영위원회를 열어 금호산업 본입찰을 유찰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이 그동안 금호산업 매각가로 9천억 원 이상을 밝혀왔던 만큼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과 매각을 직접 진행하거나 재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채권단은 다음달 초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고 재매각절차를 진행할 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회장과 직접 거래에 나설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방안 다 김 회장이 제시한 6천억 원대보다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 보장하지 않는다.

채권단이 재매각을 추진한다 해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입찰에서 흥행을 어렵게 했던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게다가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 때문에 인수후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안팎의 상황도 인수전의 흥행 가능성을 낮춘다.

항공산업은 환율이나 유가 등 대외적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 산업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1년 반 동안 두 차례의 항공기 사고를 내며 항공사 운영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대기업들이 인수를 꺼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박삼구, 금호산업을 품에 안게 되나

박삼구 회장은 일단 자금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채권단이 아직 재매각을 비롯해 앞으로 일정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박 회장과 직접 계약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 경우 다른 경쟁자 없이 인수금액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매각에 들어가도 박 회장에게 여전히 유리하다. 흥행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6천억 원 이상의 금액을 써낼 인수자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인수의지를 보였던 호반건설이 생각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점도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박 회장의 자금동원 능력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해 “순리대로 될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자금을 충분히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 회장이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으로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할 경우 2009년 말 워크아웃에 돌입한 지 6년 만에 금호산업 대주주 지위에 복귀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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