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사업 특성상 투자가 실적으로 돌아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손 본부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미래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22일 LG화학에 따르면 손 본부장은 오픈 이노베이션(협업)이나 자체적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면역항암제에 큰 힘을 쏟고 있지만 다른 분야의 연구개발도 충분히 진행하고 있다”며 “좋은 사업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고 투자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신약 후보물질 도입, 기술 확보, 연구 및 판매 권리 확보 등을 위해 국내·외 바이오회사들과 협업을 늘려가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면역항암제 개발과 관련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모두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했다. 자체 신약 개발만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21일 LG화학은 벨기에 제약회사 피디씨라인파마(PDC Line Pharma)와 임상 1상 및 2a상이 진행되고 있는 비소세포 폐암 항암백신을 함께 연구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말에도 LG화학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가했다.
LG화학은 2018년 11월 미국 큐바이오파마(CUE Biopharma)와 신약 후보물질 3개를 공동 연구하는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같은 해 12월 영국 아박타(AVACTA)와 단백질 치료제를, 올해 1월 한국 메디포스트와 줄기세포 치료제를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모두 면역항암제 관련 협업이다.
LG화학은 글로벌 바이오회사들과 협업기회를 늘리기 위해 지난 1월 미국 보스턴에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기도 했다.
손 본부장이 뿌려둔 면역항암제 개발의 씨앗은 미래에 큰 수익으로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면역항암제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료시장 조사기관인 GBI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은 2015년 169억 달러(19조 원가량)에서 2022년 758억 달러(86조 원가량)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 본부장은 연구역량이 충분한 분야에서는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1일 6가 혼합백신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빌 앤 메린다 게이츠재단으로부터 3340만 달러(377억 원가량)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LG화학의 6가 혼합백신은 B형간염, 뇌수막염, 디프테리아, 백일해, 소아마비, 파상풍 등 6개 질환을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이다. 현재 임상2상을 앞두고 있다.
LG화학의 목표는 2023년 안에 6가 혼합백신의 개발을 마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적격심사를 통과해 국제구호단체들이 진행하는 입찰에 참가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적격심사를 통과한 6가 혼합백신은 아직 없다. LG화학의 6가 혼합백신이 최초로 통과한다면 이는 화학회사의 바이오사업 다각화를 넘어 LG화학이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녔다는 것을 입증하게 된다.
6가 혼합백신의 상용화에 성공하는 것은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전신인 LG생명과학 시절의 신약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LG화학의 생명과학사업본부는 LG생명과학 시절이었던 2015년 5가 혼합백신 ‘유펜타’를 개발했다. 유펜타는 2016년 세계보건기구의 적격심사를 통과해 2017년 유니세프의 입찰을 받는 성과를 냈다.
LG생명과학은 당뇨병 치료제나 대사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한 경험이 있어 손 본부장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LG화학의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17년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합병해 탄생했다.
박진수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바이오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LG생명과학의 합병 과정을 주도했다. 손 본부장도 이때 영입됐다.
그러나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18년 영업이익 495억 원을 내는데 그쳤다. 2017년보다 영업이익이 7.6% 줄었다.
손 본부장이 최근 보이는 광폭행보는 지난해 부진을 딛고 반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절치부심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