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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차 새 쏘나타, 더 젊어지고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져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03-2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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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차 새 쏘나타, 더 젊어지고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져
▲ 21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현대자동차의 8세대 쏘나타 출시행사가 열렸다. <현대자동차>
“쏘나타는 더 이상 고객의 최우선 선택지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쏘나타다.”

현대자동차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으로 눈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쏘나타를 향한 관심 또한 줄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대차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모델로서의 쏘나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실제로 만나본 쏘나타는 이런 현대차의 의지와 애정이 한 몸에 느껴지는 차, 아니 ‘스마트 디바이스’였다.

쏘나타는 그동안 쌓아온 ‘패밀리카’라는 낡은 이미지와 작별하고 ‘젊고 똑똑한 기기’라는 점을 앞세워 20~30대 젊은 고객을 향한 적극적 구애를 준비하고 있다.

◆ 쏘나타, 날렵한 디자인으로 ‘젊어지다’

21일 출시된 8세대 쏘나타를 직접 시승해볼 수 있는 행사가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시승은 킨텍스에서 경기 남양주 동화컬처빌리지까지 편도 약 73km 구간에서 진행됐으며 시승 차량으로는 쏘나타의 최상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인 ‘인스퍼레이션’이 제공됐다.

쏘나타 외관은 날렵하고 스포티했다.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쏘나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젊은' 중형 세단이었다. 

출시를 앞두고 여러 커뮤니티에 새 쏘나타 사진이 계속 유출되면서 고객들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린 것이 사실이다.

쏘나타라고 하면 그랜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정제된 중후한 멋을 내는 패밀리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의 핵심인 헤드램프(전조등)와 리어램프(후미등)가 싹 바뀌면서 중형 세단으로서 너무 파격적 디자인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새 쏘나타를 실제로 보니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 기자단 사이에서도 ‘이쁘다’ ‘젊다’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현대차가 출시 전부터 꾸준히 강조했던 ‘히든라이팅 램프’는 쏘나타 디자인의 화룡정점이다. 

히든라이팅 램프는 헤드램프를 켜지 않았을 때는 크롬 재질로 보이지만 헤드램프를 켜면 램프로 변환돼 빛이 투과돼 주간주행등 역할을 하는 램프다.

히든라이팅램프로부터 시작되는 크롬 라인은 차량 전면부를 바깥쪽부터 말아올리면서 측면으로 뻗어가다가 뒤쪽에서 도어글라스라인을 감싸며 다시 앞쪽으로 향해 사이드미러 부분에서 끝난다.

쏘나타 디자인 철학의 모든 지향점이 이 라인에 함축돼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리어램프 또한 강한 인상을 준다.

현대차가 2018년 3월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르필루즈’의 후면부를 쏙 빼닮았는데 최근 많은 완성차기업의 신차 디자인 트렌드와 비슷하게 리어램프가 한 줄로 이어져 미래형 자동차라는 느낌을 받았다.

◆ “쏘나타가 이 정도야?”, 파워풀해진 성능

새 쏘나타의 성능은 훌륭했다.

새롭게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구성에 따라 다소 힘이 달리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성능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시승기] 현대차 새 쏘나타, 더 젊어지고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져
▲ 21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쏘나타 출시 행사 기념 행사장에 다양한 색상의 쏘나타가 전시돼있다.

자동차 출력이 많이 늘어나지 않아도 120~130km/h까지 속도를 높이는데 무리가 없었다.

옵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패들쉬프트가 시승 차량에 장착돼 있었는데 이를 사용하면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어 운전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조향감도 예리하게 다듬어졌다. 스티어링휠(핸들) 조작에 따라 차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고속에서 급정거할 때의 제동능력 등도 나무랄 데 없었다.

노면에서 차체로 전해지는 소음과 진동 등도 잘 제어됐다. 동급 차량인 K5보다는 확실히 우수한 편이었으며 윗급 차량인 그랜저, K7과 비교해도 정숙함에서 밀리지 않았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반자율주행 성능이었다. 차량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면서도 앞차와 거리까지 고려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스티어링휠 제어' 기능, '차로유지 보조', '차로이탈방지 보조' 등을 조합한 반자율주행 기능은 현대차의 첨단 기술력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팰리세이드와 K7 등에 적용된 반자율주행 기능을 작동한 뒤 핸들에서 손을 놓으면 통상 10~30초 정도 뒤에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자율주행 기능이 꺼진다.

하지만 새 쏘나타는 반자율주행을 켜놓고 2분30초 넘게 핸들을 잡지 않아도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 시간이 지난 이후 기능이 해제되긴 했으나 차로이탈 방지보조 기능이 계속 유지돼 5분 넘게 두 손을 자유롭게 두고도 운전이 가능했다.

풍절음(바람소리)은 아쉬운 편이다. 시속 100km/h 정도만 되도 바람소리가 거세졌는데 현대차가 최근 반년새 출시했던 아반떼, 팰리세이드 등과 비교해 다소 귀에 거슬렸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나오는 신차들과 비교했을 때 풍절음 제어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마트와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등 5가지로 제공된다. 연비주행을 원하는 운전자는 에코 모드를, 박력있는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는 스포츠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드라이브 모드의 버튼 배열은 아쉬웠다. 팰리세이드는 드라이브 모드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다이얼식으로 배열돼 직관적이었지만 쏘나타는 이를 토글스위치 형식으로 만들었다.

계기판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드라이브 모드를 조절해야 하는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연비는 중간 기착지로 갈 때 10.3km/ℓ, 시작점으로 돌아올 때 13.1km/ℓ를 보였다. 18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쏘나타의 복합연비는 13.0km/ℓ다.

뒷좌석 공간은 넓은 편이다. 대한민국 표준 남성키 173cm인 기자가 탑승했을 때 머리 위로 주먹 한 개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됐으며 다리 공간(레그룸)도 부족하지 않았다.

◆ 디지털키 주차보조 음성인식비서, '쏘나타=자동차' 공식 깨다

현대차는 태어난 지 34년 된 쏘나타의 부활을 위해 스마트기기와 연동되는 다양한 첨단기능을 대거 탑재했다.

무겁기만 한 이미지의 자동차 제조기업이 아니라 첨단을 지향하는 스마트한 IT회사가 출시한 제품이라는 느낌을 곳곳에서 받았다. 기존 고객층인 중장년층을 벗어나 20~30대에게 어필하려는 현대차의 노력도 엿보였다.
 
[시승기] 현대차 새 쏘나타, 더 젊어지고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져
▲ 쏘나타의 내부 모습.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에 최초로 적용한 ‘디지털키’는 자동차가 스마트폰과 같은 또 하나의 기기라는 점을 증명한다.

디지털키는 근거리무선통신(NFC)에 기반해 스마트키 없이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차량출입과 시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기능이다. 스마트키를 깜빡하고 챙기지 않았을 때도 앱 구동만으로 차를 운전할 수 있다.

실제로 디지털키를 사용해보지는 못했지만 현대차의 시연을 통해 확인해보니 스마트폰을 문 손잡이에 대기만 해도 열리는 모습에서 기술의 진보를 느낄 수 있었다.

운전자가 직접 차에 탑승하지 않고도 스마트키 조작만으로 차량을 이동시켜 주차할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도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여준다.

좁은 공간에 차를 주차해야 하거나 운전석 문을 열다가 옆차 문에 ‘콕’ 닿을까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하면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차를 주차하거나 승하차할 수 있다.

카카오와 협업해 내놓은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최근 수년 새 실생활 곳곳에 자리잡은 음성인식 기기를 자동차 안으로 들여온 기술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SK 누구(NUGU) 등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를 평소 사용했다면 카카오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통해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화면을 따로 터치하지 않아도 자신의 주요 일정이나 날씨, 간단한 검색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 쏘나타의 '해방' 가능성을 보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전무는 쏘나타 출시행사에서 "쏘나타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쏘나타를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쏘나타라는 명칭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을 떨치는 것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지금의 현대차를 키운 것 또한 쏘나타니까.

오죽하면 '새로워진 쏘나타의 가장 큰 적은 차 이름이 쏘나타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을까.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최첨단 기능으로 중무장한 쏘나타가 과거 '아빠 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오빠 차'로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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