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국시장의 상황을 강조한다면 (공정위도) 기업결합 심사에서 시장 획정을 할 때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유료방송의)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의 관점이 바뀌었다면 공정위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획정은 인수합병 등의 기업결합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을 심사하기 위해 시장의 범위를 명확하게 구별해 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 위원장은 방송통신위가 최근 내놓은 ‘2018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 전국 기준의 평가요소를 권역 기준과 같은 비중으로 활용하는 내용을 담은 점을 염두에 뒀다.
공정위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지역권역 대신 전국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방송권역 78곳을 중심으로 시장을 획정한 결과 두 회사가 합병되면 CJ헬로비전에서 사업권을 보유한 권역 23곳 가운데 21곳에서 독과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도 지역 권역별로 독과점 가능성을 살펴보면 기업결합이 불허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됐다. 그러나 전국시장으로 기준을 바꾸면 점유율 24.43%로 나타나 독과점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된다.
김 위원장은 "방송통신위 정책의 중요한 기준은 방송의 공공성“이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사례를 살펴보면 공공성과 관련된 시장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경쟁당국이 평가하는 공정성의 개념이 공공성과 관계없지는 않지만 공정위는 좀 더 경제적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면 시장에 변화가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바뀐 상황으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등장을 제시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콘텐츠를 앞세워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에 관해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는 등 공정위와 방송통신위 사이에 직간접적 소통이 있었다”며 “판단은 개별 기관이 법에서 결정한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3사체제를 구축하면서 통신요금 인상 문제가 생겼던 전례가 유료방송시장에서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을 놓고 김 위원장은 “경쟁제한과 후생, 효율성 증가 효과도 기업결합 심사에서 살펴볼 요소”라며 “(현재 시점에서) 세밀하게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공정위가 2016년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심사를 너무 오랫동안 진행해 기업 리스크가 커졌다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는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판단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