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는 코란도, 렉스턴스포츠, G4렉스턴 등 주력 차종 대부분을 디젤차로 꾸리고 있는데 정부 정책으로 판매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 올해 1월 출시된 쌍용자동차의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칸’.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로부터 경유세 인상 권고를 받아 논의를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유세 인상을 추진한다는 것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경유세 인상을 놓고 논의를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기획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책기획위원회가 미세먼지대책에서 경유세 인상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기획재정부가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환경 관련 조세 강화를 권고한 점도 정부가 경유세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OECD는 한국의 평균 대기 질이 OECD 최하위 수준이라며 경유와 휘발유 세금의 격차를 줄이는 등 환경 관련 조세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경유 가격은 휘발유의 85% 수준으로 OECD 평균 수준인 92%와 비교하면 꽤 낮다.
쌍용차는 정부의 경유세 인상 추진 움직임에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업으로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선택한 만큼 4개 주력 차종 가운데 티볼리를 제외하고는 따로 가솔린 모델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G4렉스턴을 비롯해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신형 SUV 코란도 차종에서 디젤모델만 내놓았다.
SUV는 애초 스포츠 활동에 최적화해 기획된 차량으로 험로 주행이나 비포장 도로, 악천후에도 잘 달릴 수 있도록 디젤을 채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유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디젤 차종은 연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게 돼 쌍용차의 SUV 차종을 향하던 소비자의 걸음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과 비교해 힘이 좋고 연비가 높은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이사 사장이 SUV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앞세웠을 때부터 디젤모델 채용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사장은 영업이익 적자고리를 끊기 위해 소형, 준중형, 대형, 픽업트럭으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꾸려 쌍용차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중소형 다목적차량(MPV)인 코란도투리스모를 제외한 모든 차종을 SUV로 내놨다.
이런 이유로 최 사장은 정부의 디젤차 감축정책에 부정적 뜻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올해 1월 렉스턴스포츠 칸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디젤차 감축정책보다 10년 넘은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 및 신차 구매 지원이 더 효율적”이라며 “현재 운행 중인 노후 디젤차가 새로운 디젤차로 신속히 대체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펴는 게 미세먼지 전체 배출량을 경감시키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과 3월에 각각 내놓은렉스턴스포츠 칸과 코란도를 향한 고객의 반응이 뜨거운 만큼 쌍용차의 속은 더욱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유세 도입이 가시화되면 출시한지 각각 3개월,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두 차종은 신차효과를 충분히 누리기도 전에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란도와 렉스턴스포츠 칸은 현재 고객의 반응이 뜨겁다.
코란도는 사전예약을 시작하고 6일 만에 3천 대를 돌파했고 렉스턴스포츠 칸의 올해 판매량은 1월 1339대에서 2월 1669대로 25% 가량 늘었다.
이에 힘입어 쌍용차 1~2월 내수 판매량도 1만636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