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바이오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이 12일 이사회에서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젠은 최근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키움증권과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약 22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발행하는 전환사채의 이표금리는 연 1%, 만기수익률은 연 4%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관계자는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라젠이 이번에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벌써 30번째다. 2016년 코스닥에 입성한 뒤에는 처음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자금조달 수준도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신라젠은 코스닥 상장을 하면서 신주 발행을 통해 1500억 원을 확보한 것이 가장 최근 자금을 수혈한 것이다.
신라젠이 이처럼 많은 자금조달을 해온 것은 면역항암제 ‘펙사벡’ 때문이다.
펙사벡은 우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항암 바이러스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략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런 면역항암제로는 글로벌 제약회사 암젠이 내놓은 ‘임리직’이 유일해 펙사벡의 시장가치는 최대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현재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기업 가운데 면역항암제로 글로벌 임상3상을 하는 첫 사례다.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의 글로벌 임상3상은 막대한 자금이 들기 때문에 임상2상을 마치고 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이전을 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문 대표는 펙사벡의 임상3상 성공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 임상3상을 진행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신라젠은 임상 비용으로 해마다 약 500억 원을 사용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 가운데 1천억 원을 펙사벡 임상3상에, 나머지는 펙사벡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펙사벡에 모든 자금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문 대표가 펙사벡에 투자한 성과는 올해부터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올해 2분기 안에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용성 평가란 개발하고 있는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약의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인 셈이다.
임상3상은 의약품 투여집단과 투여하지 않은 집단의 전체 생존기간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을 받고 있는 환자가 사망하면 데이터가 모이게 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비교해 집단 사이의 생존기간이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면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게 된다.
임상시험 평가를 담당하는 글로벌 자문기구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가 현재 펙사벡의 임상3상에 관한 무용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무용성 평가는 환자 190명의 전체 생존률을 비교하는데 170명 이상의 환자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성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문 대표는 이번에 확보하게 될 자금으로 펙사벡 임상3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 계획대로만 임상시험이 진행된다면 2020년까지 임상3상을 마무리하고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젠 관계자는 “무용성 평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하는 만큼 회사에서도 언제 발표를 할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