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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
건설사들에게 비자금 유혹은 너무나 달콤해 결코 떨칠 수 없는 유혹인가?
중흥건설, 경남기업, 포스코건설 등 건설사들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휘청이고 있다.
건설사들은 비자금을 만들기가 쉽다. 또 건설사들은 정관계 로비를 통해 각종 이권사업을 따내는 데 익숙해진 탓에 비자금을 만들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건설사들이 떨고 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결국은 비자금 사용처로 파고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흥건설은 호남을 대표하는 건설사이다 보니 호남에 기반을 둔 야당 정치인에게 비자금이 흘러갔는지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 중흥건설 경남기업 어떻게 비자금 조성했나
건설사들은 비자금을 만들기가 다른 어떤 회사보다 쉽다. 공사비 부풀리기, 분식회계 등 건설사들의 비자금 조성 방법은 다양하다.
건설사는 수많은 하도급사와 건설현장 인력들을 거느리고 있어 현금흐름 경로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회계감사를 해도 국세청 세무조사나 검찰 압수수색이 아니면 비자금 조성을 감지하기 쉽지 않다.
중흥건설은 자회사인 순천에코밸리를 통해 순천 신대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중흥건설은 실시계획을 9차례나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기관에만 매각할 수 있는 공공시설용지가 도시형 생활주택용지와 업무시설용지로 바뀌었다.
중흥건설은 용도변경 용지를 민간에 매각하거나 직접 개발해 수백억 원대 개발차익을 챙겼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채무를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허위작성해 2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
검찰은 정 사장과 이상만 중흥건설 부사장이 공모해 160억 원을 빼돌리고 정 사장 단독으로 40억 원의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전도금을 이용해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남기업이 조성한 전도금 32억 원이 기업의 규모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이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도금은 본사가 현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미리 예상해 지급하고 나중에 회계처리를 해 정산하는 돈이다. 당장 현금이 필요할 때 지급하기 위한 돈이지만 회계처리에 따라 비자금으로 악용되기 쉽다.
아직도 전도금의 일부를 임의로 사용한 뒤 공사비용을 부풀려서 감추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금은 오너가 지배하는 회사에서 내부회계감사로 사실상 적발하기 어렵다.
포스코건설은 하도급 계약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보급해 불법적 하도급 계약을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포스코건설의 경우 법의 사각지대인 해외법인에서 비자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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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
◆ 건설사들의 비자금 유혹
건설사 비자금은 뿌리깊은 관행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사업을 하기 위해서 비자금이 없을 수 없다고 말한다.
건설사들이 공사를 하려면 정부의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파트사업 하나만 해도 해당 지자체별로 주거, 환경, 교통, 건축 등을 담당하는 수십 군데 부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와 학연, 지연 등 인맥이 연결된 경우 인허가 절차가 빨리 진행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몇 개월씩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인맥과 자금력에서 열세인 중견기업은 인허가 과정이 필요없는 관급공사 입찰이나 공공택지 분양에 집중하기도 한다.
경남기업의 경우 2013년 4대강 담합으로 관급공사 입찰제한을 받기 전 관급공사 매출 비중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그만큼 관급공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급공사도 갈수록 경쟁이 심해져 입찰을 위해서 윗선의 줄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급공사 허가든, 관급공사 입찰이든 건설사들이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관계에 걸쳐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일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사를 할 때마다 로비자금으로 공사비의 10%를 마련해 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대규모 로비자금은 정상적인 현금 흐름으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비정상적 경로로 비자금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건설사 비자금 수사를 하다보면 정관계까지 수사의 칼날이 닿을 수밖에 없다. 경남기업 수사가 권력 측근까지 번진 것도 이 때문이다. 중흥건설 수사 역시 호남지역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21일 정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했을 뿐 개인적으로 횡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