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자문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는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주요 기업의 주총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왔다. 앞으로는 스튜어드십코드의 본격적 도입으로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왼쪽)과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의결권 자문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의결권자문사 4곳과 ISS, 글래스루이스 등 외국계 의결권자문사 2곳을 포함해 모두 6곳이다.
의결권자문사는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찬성과 반대 의견을 권고하는 곳을 말한다.
이들은 공익성이나 기업 실무에 특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02년 설립됐으며 5대 원장인 조명현 원장이 2016년 6월부터 이끌고 있다. 국내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주도한 곳이기도 하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자율 지침이다.
국내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및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평가와 조사, 연구 등을 진행하며 의안 분석은 2012년부터 시작했다.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자문비용은 업계에서 가장 비싼 편으로 전해진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문을 제공하면 독점이 발생해 전체 의결권자문사들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
조명현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밴더빌트대 오웬경영대학원 조교수를 지낸 뒤 1997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 원장은 “기업 지배구조가 좋아지면 사회 전체가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다”는 지론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꼽는다.
서스틴베스트는 2006년 설립됐으며 류영재 대표가 이끌고 있다.
류 대표는 2004년 영국 애슈리지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뒤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6년 서스틴베스트를 설립했다.
그는 국내에 스튜어드십코드가 알려지기도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책임투자와 의결권 행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스틴베스트를 세우기 전에는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종금증권), SK증권, 현대증권 등에서 13년 동안 기업분석 등을 담당했다.
류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가 지닌 문제점을 견제 없는 황제경영,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오너의 평판 리스크 등 크게 3가지를 꼽는다.
그는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행동주의 펀드 KCGI를 놓고는 스튜어드십코드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이 단기 차익이라면 스튜어드십코드의 목적은 장기적 상생이라는 것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대신금융그룹 소속으로 대신경제연구소 산하에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안에 지배구조연구소와 금융공학연구소가 있는 구조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분은 대신증권이 99% 보유하고 있으며 1984년 설립됐다. 다만 지배구조연구소가 생긴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의안 분석은 물론 국내 20대 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내고 있으며 국내 의결권 자문사 가운데 대외활동이 가장 활발한 편이다.
금융감독원 출신, 증권사 연구원, 공인회계사, 지배구조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큼 전문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참여연대 출신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2001년 설립됐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공익적 성격이 강하며 의안 분석을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외국계 회사로는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있다. ISS는 1985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의결권 자문사다. 글래스루이스는 2003년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로 ISS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