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매니지먼트가 헤지펀드 특유의 속내를 드러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거둔 순이익을 훨씬 웃도는 8조3천억 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으며 경영에 개입하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도 추천했다.
26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주주총회소집공고를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제안을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요구한 배당금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모두 더해 각각 5조8천억 원, 2조5천억 원이다.
현대차 이사회가 적정하다고 판단한 배당금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이며 현대차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2조4222억 원)과 순이익(1조6450억 원)을 훨씬 초과한다.
현대모비스에 요구한 배당금도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낸 영업이익의 1.2배 규모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수 배가 넘는 금액을 배당하라고 요구한 것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결국 투기자본으로서 단기간에 수익을 내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11월에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에 서한을 보내 약 12조 원에 이르는 초과자본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고배당 요구는 현대차그룹 주식 매입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시도로도 풀이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3%, 2.6% 들고 있다.
두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최초 공개한 2018년 4월 이후부터 수익률을 추정했을 때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만 3천억~4천억 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개입 의지도 뚜렷히 보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후보로 각각 3명, 2명을 추천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일부는 자동차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후보로 제안한 것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주제안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주주제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 모두 3월22일 열릴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돼 표대결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