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4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향한 길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유상증자로 장부상 부채비율을 현재 626%에서 230%까지 낮출 수 있지만 실제 자본 증식 효과는 증자 규모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병화 두산건설 대표이사 사장.
두산건설은 21일 4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3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두산건설은 유상증자와 함께 두산중공업으로부터 3천억 원의 단기 차입금도 빌리기로 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에게 빌린 3천억 원으로 만기가 먼저 도래하는 채무를 갚은 뒤 5월 유상증자 대금이 들어오면 두산중공업에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두산건설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42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증자 규모와 비교해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미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두산중공업에 빌린 돈을 갚아도 여전히 단기 차입금 상환 부담이 크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박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건설은 수익 창출능력에 비교해 차입금 부담이 과중하다”며 “3월에 1446억 원 규모의 회사채 조기 상환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고 향후 3개월 안에 6928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보증 만기가 도래한다”고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에게서 빌린 3천억 원으로 기존 차입금을 일부 상환한다 해도 3개월 내에 갚아야 차입금 규모는 5374억 원가량으로 계산된다. 재무 개선을 향한 길이 유상증자 이후에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3사는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만약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이자율이 더 높아져 향후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두산건설은 2018년 순손실 5518억 원을 보면서 자기자본 규모가 2018년 12월 기준 3676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2017년 9654억 원보다 6천억 원가량 줄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2018년의 대규모 순손실은 대손충당금 3390억 원을 선제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장기 대여금의 미회수 위험성을 미리 털었기 때문에 2019년 이후 추가 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신영 연구원은 “두산건설은 이번 대규모 손실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자본여력이 취약해졌다”며 “단기 차입금의 상환부담이 높은 상태에서 유동성 관련 대응이 잘 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체사업인 건설부문에서 성과를 낸다면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
두산건설의 수주 잔고는 2018년 말 기준 7조7천억 원가량이다. 두산건설의 2019년 매출 전망치가 2조억 원가량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3~4년 정도는 일감이 확보된 셈이다.
신규 수주 규모는 2016년 2조1646억 원, 2017년 2조5691억 원, 2018년 2조7851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매출은 2014년 2조2080억 원에서 2015년 1조1853억 원으로 크게 내려앉았지만 2016년 1조3342억 원, 2017년 1조5359억 원, 2018년 1조5478억 원으로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지분을 73.4%를 쥐고 있는 만큼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확보한 자금을 잘 활용해서 차입금을 줄이면 재무 건전성은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