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야심작인 중저가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삼성에버랜드 안에 매장을 연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품에 안았을 때 기대됐던 두 사업부문의 협력이 처음으로 나타난 셈이다.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이 사장이 패션사업 성공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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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1일 에버랜드 내에 에잇세컨즈 매장을 열었다고 3일 밝혔다. 에잇세컨즈 매장 규모는 452㎡(약 137평)로 에버랜드 내 단독매장 중에서 가장 크다. 매장 위치는 플라워 매직트리와 뽀로로 3D 어드벤처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한 글로벌 페어 지역이다. 에버랜드 방문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족 고객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에잇세컨즈의 에버랜드 진출은 에버랜드 레져사업부와 패션사업부의 첫 협력 사례다. 삼성그룹에서 패션사업을 맡았던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 패션사업 부문 전체를 에버랜드로 넘겼다. 당시 제일모직 부사장이었던 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겨 패션부문 경영기획 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는 이 사장이 에버랜드라는 거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패션사업을 확대해 갈 것으로 본다.
에잇세컨즈는 이 사장이 2012년 초 야심차게 출시한 SPA(제조회사가 의류 기획과,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맡는 의류 전문점) 브랜드다. 에잇세컨즈를 출시했던 제일모직은 2012년 국내에서 60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2020년까지 매장을 300곳으로 늘리고 판매액도 1조5천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사장의 꿈을 이루기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은 계속됐다. 제일모직은 에잇세컨즈 출시부터 지난해 초까지 650억 원을 투자했다. 에잇세컨즈는 지난달 1일 해외 SPA 브랜드인 자라가 차지하고 있던 서울 강남 코엑스몰 1층 ‘명당’을 꿰차기도 했다. 에잇세컨즈는 그룹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출시 첫 해에 600억 원 판매목표를 넘겼고 지난해 1300억 원을 판매하며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외형적 성장은 달성했지만 아직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신상품을 빠르게 출시해야 하는 SPA브랜드 특성상 비용은 높은 반면 수익은 적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율이 높은 만큼 박리다매의 형태로 판매량을 늘려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투자를 멈출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후발주자인 에잇세컨즈가 이미 국내에 강력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과 경쟁하려면 매장수를 계속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신규 출점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 기존 SPA브랜드들이 높은 인지도를 무기삼아 자매 브랜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H&M의 자매 브랜드인 코스(COS)는 오는 5월 잠실 롯데월드에 1호점을 연다. 버쉬카(Bershka)와 풀앤베어(Pull & Bear),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등 자라의 자매브랜드는 이미 영업을 시작했다. 국내 SPA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이 사장은 에버랜드의 지원사격을 통해 유통망을 넓히는 한편 한편 경쟁사보다 약한 브랜드를 강화하려고 한다. 최근 이 사장은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명품 라인을 정리하고 중저가 라인인 에잇세컨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 사장의 공격적 투자와 신규 출점이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