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를 대표하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운명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때 기아차의 애물단지였던 ‘모하비’는 뒤늦게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 대형 SUV의 맏형격인 ‘베라크루즈’는 단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
|
|
▲ 현대차 베라크루즈 |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오는 9월 이전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 ‘유로6’를 충족한 모하비를 새롭게 출시한다.
기아차는 지난해 모하비를 국내에서 대형 SUV 가운데 유일하게 1만 대 넘게 판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3007대 판매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도 1만 대 넘게 팔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완전변경 모델을 손꼽아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아차는 2008년 모하비를 출시한 뒤 지금까지 디자인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성능을 조금씩 개선한 연식변경 모델만 출시했을 뿐이다. TV광고도 2008년 이후 내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모하비는 수입 SUV에서나 볼 수 있는 내구성과 품질을 갖췄다는 호평을 들으며 꾸준히 입소문을 탔다.
모하비는 출시 첫 해 신차효과를 누리며 많이 팔리는 다른 차들과 달리 지난해에야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했다. 출시 첫 해인 2008년에도 못 세운 기록을 6년 만에 세운 셈이다.
반면 한때 현대차의 간판 SUV로 현대차를 이끌던 베라크루즈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현대차는 현재 베라크루즈의 단종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9월 유로6가 전면 시행되기 전까지 아직은 여유가 있어 당분간 생산은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베라크루즈의 단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로6를 충족하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한데 판매량이 줄고 있는 베라크루즈의 가격이 더 비싸질 경우 경쟁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라크루즈를 4800여 대 팔았고 올해 들어서도 1050여 대밖에 팔지 못했다.
현대차는 2006년 BMW의 X5나 렉서스의 RX350 등 수입 대형 SUV에 맞서기 위해 베라크루즈를 출시했다. 베라크루즈는 2006년 10월 출시된 뒤 이듬해인 2007년 1만5천여 대가 팔리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를 개발하기 위해 26개월 동안 2229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2013년 맥스크루즈를 출시하면서 베라크루즈의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슷한 크기의 신차가 있는데 굳이 나온 지 오래된 베라크루즈를 사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 기아차 모하비 |
맥스크루즈는 싼타페의 롱바디모델로 베라크루즈와 크기가 비슷하다. 맥스크루즈가 2.2엔진, 베라크루즈가 3.0엔진으로 배기량은 차이나지만 가격 역시 최고 트림을 기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베라크루즈는 맥스크루즈가 출시된 해 총 4200여 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현대차가 베라크루즈를 내놓고 1년여 뒤에 기아차가 모하비를 내놓자 둘은 자주 비교됐다. 크기와 가격, 배기량과 성능이 비슷했던 데다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미지와 기술력을 보여주는 고급 SUV였기 때문이다.
모하비는 2008년 1월 출시됐지만 출시 첫 해 2006년 출시된 베라크루즈보다 적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판매량이 역전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