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9-02-12 16: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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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혁신, 신뢰’. BGF리테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크게 보이는 단어 세 가지다.
BGF리테일이 상생과 혁신, 신뢰를 핵심가치로 여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BGF리테일은 가맹점주와 상생안을 만드는 데 신뢰받지 못하고 있어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의 고심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CU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제1소회의실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홍대선 편의점 CU 금왕광신점 점주를 비롯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편의점 가맹점주와 치킨, 화장품 가맹점주들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며 “김 위원장과 질의응답도 자유롭게 진행하며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피해사례 등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CU 가맹점주들이 전날 정치권의 관심을 호소한 데 이어 공정위를 통한 정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CU 가맹점주들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함께 11일에도 우원식 책임의원, 박홍근 을지로 위원장 등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점주는 가난해지고 본사만 살찌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본사를 상대로 대화와 타협을 요구했지만 본사가 이를 거절했다”며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가맹점주의 피해를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CU 가맹점주협의회는 2018년 9월 BGF리테일을 가맹희망자에게 매출정보를 부풀려 제공한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을 뿐 아니라 국회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2018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BGF리테일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는 점주들을 만난 뒤 박 사장을 방문해 가맹점주와 대화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BGF리테일을 향한 공정위 등 정부의 압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가맹점주와 소통하는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18년 11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편의점 과밀해소를 위한 업계의 자율규약을 공정위가 잘 뒷받침하고 그 효과를 현장의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사장으로서는 물러설 여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은 CU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해 점포수익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차액을 보전해 주는 최저수입 보장제도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해 시행하기로 했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이 2018년 10월 국정감사까지만 해도 최저수익 보장제도를 확대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상생방안을 개선하겠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보를 했던 셈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18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CU편의점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CU 가맹점주들은 현재 최저임금 인상분의 50%를 본사가 부담하라는 것을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BGF리테일로서는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미 가맹점주와 상생안을 지키기 위해 수백억 원을 쓰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의 50%를 본사가 내라는 가맹점주의 요구는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더욱이 BGF리테일은 편의점사업이 주력인데도 성장 전망이 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민준 송민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편의점업계에서 근접출점이 제한되는 등 각종 신규 출점에 제약이 생기면서 편의점회사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2012년 12월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뒤 반년 만에 국민 앞에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BGF리테일 편의점주 3명이 수익 감소에 따른 고통을 이기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아픈 과거를 딛고 BGF리테일을 가맹점주와 신뢰하고 상생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애썼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편의점 업황변화 등과 맞물려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