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02-12 15: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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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실적 부진의 탈출에 고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개발과 출시에 주력했다면 이제 국내외에서 인보사 판매를 확대해 실적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겸 코오롱티슈진 공동대표.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12일 “올해 1월에 글로벌 제약기업 먼디파마와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 아시아 7개국에 인보사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앞으로 중국을 비롯해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19년 동안 개발한 세계 최초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로 기존 치료제와 달리 수술 없이도 단 1회만 투여하면 1년 이상 효과를 볼 수 있는 혁신 신약이다. 인보사는 2017년 11월 국내에 출시됐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인보사의 아시아 지역 수출에 힘을 쏟았는데 올해부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 7월 중국 의료서비스기업 ‘차이나라이프 메디컬센터’와 중국 하이난성에 향후 5년 동안 2300억 원 규모의 인보사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보사는 올해 상반기 안에 중국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아 하반기부터 하이난성에서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2년 차에 약 575억 원, 3~5년차에 약 1727억 원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하이난성을 발판으로 장기적으로 중국 본토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대표는 대만, 인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브루나이, 라오스 등에도 인보사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아시아 22개국에 관한 인보사의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보사 판매량이 올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보사는 출시된 지 1년 만인 2018년 말 기준으로 누적 투여가 2500건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4천 도즈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보사 1회 투여에 드는 약값이 약 50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만 200억 원가량의 매출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올해는 이 대표에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대표는 인보사를 개발해 출시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 개별기준으로 영업손실 246억 원을 냈는데 8분기 연속 적자로 영업손실 규모는 2017년보다 4배가량 늘었다.
2년째 적자를 낸 이유는 인보사의 적응증 확대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증가한 반면 인보사 매출은 그만큼 크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보사의 후속 신약 후보물질인 ‘신경병증성 유전자 통증 치료제’, ‘종양 살상 바이러스’ 등이 임상시험에 들어가면서 연구개발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2019년도 흑자 전환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적 개선은 인보사 판매가 어느 정도 확대되느냐에 달린 셈이다.
이 대표는 인보사의 개발과 출시, 기술수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3월 대표이사 연임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인보사를 국내와 글로벌시장에 안착해 실적 반등을 이끌어야 하는 절실한 과제를 안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최근 연이은 기술수출 계약으로 인보사 생산량을 늘리는 데 투자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인보사 판매량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기술료 수취 여부에 따라 올해 실적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