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남다른 스포츠 사랑이 화제다. 봅슬레이 썰매를 직접 만들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국산 장비를 구하지 못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네덜란드산 썰매로 연습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썰매 지원을 특별 지시했다고 한다.
|
|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한국체대와 성균관대 인하대등 국내 주요 대학 전문가들과 미 남가주대 등 외국의 전문가로 구성된 산학협력단은 봅슬레이 국가대표들이 탑승할 2인승, 4인승 썰매 동체와 봅슬레이 날을 제작하기로 했다. 산학협력단에 김광배 한국체대 교수, 이진기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산학협력단은 오는 5월부터 개발에 착수해 오는 11월 시제품 제작과 테스트를 거친 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까지 최종 완성품을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 BMW, 페라리 등 자동차 회사들이 봅슬레이 썰매를 제작한 적은 있지만, 항공사가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BMW는 독일 정부의 지원으로 독일 봅슬레이팀에게 봅슬레이를 지원해왔다. 독일은 봅슬레이에서 16개의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는 봅슬레이 최강국이다.
BMW는 2014 소치올림픽에 미국팀을 위한 새로운 봅슬레이를 제작해 신기술을 뽐냈다. 미국은 1936년 올림픽 이후 2인 봅슬레이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자 BMW에게 SOS를 요청했다. BMW와 미국 봅슬레이드 & 스켈레톤 연합과 공동으로 제작한 봅슬레이는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이용한 차체 구조에 중점을 두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썰매가 아니라 설원의 고급 자동차로 불러도 손색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당 가격이 1억에서 1억5천만 원 정도 한다.
슈퍼카 업체 맥라렌은 영국 봅슬레이를 지원해 영국 여자 대표팀의 엘리자베스 야놀드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맥라렌는 F1레이스에서 성공의 대명사로 통하는 브랜드다. 182개 그랑프리 대회를 석권했고, 8개의 컨스트럭트 타이틀과 12명의 챔피언을 배출했다.
라이벌인 페라리도 이탈리아 대표팀의 봅슬레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은 네덜란드에서 만든 썰매를 이용해 연습을 하고 시합에 나갔다. 그러나 개개인에 최적화된 장비가 아니어서 그동안 좋은 기록을 내기 어려웠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조 회장이 발벗고 나섰다. 조 회장은 대한체육회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2009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으며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유치했다.
그가 이번 봅슬레이 썰매 제작을 지시한 것은 평창 올림픽 유치에 이어 평창 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한국형 봅슬레이를 만드는 데 드는 돈은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조 회장은 평소에도 스포츠 외교에서 주요하게 활동해 왔다. 2012년 12월 UN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과 UNOSDP의 저개발 국가 청소년 대상 ′차세대 청소년 리더 양성 프로그램′(YLC)에 20만 달러 규모의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월 한 달 동안 봅슬레이를 포함한 7개 겨울스포츠 종목의 경기단체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는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겨울스포츠 경기력 강화를 위한 해당 경기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