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시아 최대 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사업전략을 추진하는 데 ‘발행어음 사태’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6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선점한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좋은 실적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에 순이익 5224억 원을 내 증권사 가운데 선두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주식시장 침체에도 발행어음 흥행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3조7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2017년 11월 가장 먼저 인가를 받으며 발행어음 출시 이틀 만에 5천억 원에 이르는 판매를 달성하기도 했다.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잔액 1조8천억 원을 올린 것과 비교된다. NH투자증권은 7천억 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판매하기까지 2주가 소요됐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태’로 금감원의 제재를 받게 되면 당장 실적은 물론이고 김 부회장이 꿈꾸고 있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도약이 늦어질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를 놓고 제재 수위를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대출’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1월10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앞서 한국투자증권에 발행어음과 관련한 일부 영업정지 및 관련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향후 제재심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적절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발행어음사업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글로벌 투자회사로 도약하는 길목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을 글로벌 투자회사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키워내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이 때문에 발행어음사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김 부회장은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았을 당시 기자들과 만나 “모험자본 투자의 발판을 마련해 중소, 중견기업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스타트업의 자금 선순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당장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키울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발행어음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더욱 절실하다.
증권사가 공격적으로 모험자본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필요하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현재 4조4천억 원 수준으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8조2천억 원)을 크게 밑돈다.
김 부회장은 당장 자기자본을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강화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증권사가 무작정 몸집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한국투자증권이 계열사 가운데 자기자본 이익률(ROE)이 가장 낮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만의 수익 창출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