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9-02-01 16: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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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최소한으로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기업에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1일 결정한 경영참여형 주주권의 행사 수준을 살펴보면 앞으로도 주주권 행사 여부를 상당히 조심스럽게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들이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금운용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는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한진칼을 대상으로 경영참여형 주주권의 행사를 결정했지만 정관 변경만 요청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10%룰’에 따른 수익성 문제로 주주권 행사의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
10%룰은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경영참여 목적의 투자자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을 사고판 지 6개월 전후에 생긴 단기 매매 차익을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2018년 4분기 기준 기업 31곳의 지분을 10% 이상 각각 보유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대림산업, 신세계, 삼성전자, LS, GS건설, 현대위아, CJ제일제당 등이 포함됐다.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대기업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한다면 재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여지가 줄었다.
국민연금에서 지분을 10%보다 적게 쥔 기업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가능성도 당장은 낮아 보인다. 국민연금은 2018년 4분기 기준 기업 131곳의 지분을 3% 이상 소유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참여를 직접 결정하려면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지금은 관련 사안이 정비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의 한진칼 사례처럼 경영참여형 주주권의 행사도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요구할 정관 변경 내용도 ‘등기이사가 회사나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이나 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을 때 결원으로 본다’로 결정했다.
시민단체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대상으로 이사 해임을 제안하고 사외이사 선임과 후보 추천 등에서 나서달라고 촉구한 점을 고려하면 수위를 상당히 조절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 활동으로 국민 자산에 심각한 손해를 입히는 사례에만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주주활동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는 첫 결정을 내린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시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논평으로 “이번 일이 선례로 작용해 경제계 전체로 확산되면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돼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에는 국민연금이 10%룰 등으로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일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징적 의미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의 경영 참여를 결정한 점은 경영참여형 주주권의 행사 의지를 계속 지키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