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14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
현대중공업이 설 전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노사는 현대일렉트릭의 해고자 복직을 놓고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일렉트릭은 18일 실무교섭에서도 해고자 복직에 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10일부터 논의를 시도하고 있으나 양 쪽의 뜻이 확고해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노조가 문제삼았던 잠정합의안 회의록 문구를 회사 측이 없애기로 한발 물러서 임단협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대일렉트릭 노사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다시 벽에 부딪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4회사 1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이 함께 총회를 치뤄야 한다.
노조 측은 이번 일이 단순한 복직 문제를 넘어서 신뢰 문제인 만큼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단체협약 34조 3항에는 ‘회사가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일단 초심 결정에 따라 부당징계 해지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회사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전환배치와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이에 반발한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현재 현대일렉트릭) 소속의 노조 간부 전명환씨를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자 회사 측은 2017년 2월 전씨를 해고했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으나 중앙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1심은 모두 전씨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1심에 불복해 2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단체협약을 준수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모를까 그런 태도가 전혀 없다”며 “협약을 체결해도 이행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노조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이 2014년에도 격려금을 주겠다고 해놓고 몇 달 동안이나 지급을 미루다 노조가 "악속을 이행하라"고 항의하고서야 받을 수 있었고 2018년에는 고용 안정에 노력하겠다고 하고는 얼마안가 희망퇴직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복직 문제와 임단협은 별개이며 복직 문제는 판결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단협과 해고 문제는 사실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고 노조 측도 그동안 교섭을 진행하면서 복직 문제에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 들고 나왔다"며 "회사 측은 30여 년 만에 노사업무 전담조직을 없애는 등 노사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우리도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해고자 전씨의 소속이 현대일렉트릭이지만 사실상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사장보다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에게 복직 등의 최종결정 권한이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권 부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을 총괄하는 데다 사장단 역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복직 여부는 전적으로 현대일렉트릭이 결정할 문제"라며 "이는 일부 노조 측의 오해일뿐 실제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4회사 1노조 체제를 두고도 말이 많다.
현대중공업은 사내소식지인 인사저널을 통해 “'4회사 동시 투표'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4사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잠정합의를 하지 못하면 찬반투표를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발목이 묶여 임단협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4사 임금이 제각각인 만큼 통합체제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1회사 1노조로 가면 힘이 약해져 회사 측에만 좋은 일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가 진행되더라도 기본금 동결 등을 놓고 불만이 많아 현대중공업 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투표가 진행되면 나머지 3사들은 가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중공업은 합의안 통과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