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황 회장에게 아현국사 화재의 후속대책을 놓고 집중 질의가 있을 것”이라며 “KT는 책임 있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과방위 전체회의를 국민들이 지켜보는 것 자체가 KT에 구속력을 지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화재사고 뒤 국회에 처음 출석하는 만큼 KT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전향적 태도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화재가 난지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26일 일련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는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만이 참석했었다.
정치권은 황 회장의 출석을 앞두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날 노 위원장의 주도로 ‘KT통신구 화재 사태에 따른 상생보상협의체’가 국회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이 협의체는 소상공인연합회, 시민사회단체, 피해상인 대표, KT, 정부 관계자들을 구성원으로 한다. KT의 간접 피해 보상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 위원장는 발족식에서 “KT 화재의 주요 원인은 통신시설 등급 축소 조작에 있고 이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인 만큼 화재와 통신장애는 명백한 과실 때문에 벌어진 인재”라며 “KT는 일방적 위로금이 아닌 실질적 피해 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은 KT에서 주는 위로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이 국회에 출석한 다음날인 17일부터 이 협의체가 본격 가동된다. 협의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은 노 위원장은 일단 17일 최대한 신속하고 집중적 논의를 통해 향후 상생보상 대상과 기준 등을 확정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 의원실 관계자는 “KT 보상 방안을 해결하기 위해 상생보상협의체가 구성된 만큼 황 회장도 문제를 야기한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뜻을 보일 것”이라며 “노 위원장은 협의체가 잘 가동돼 좋은 결과가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주도로 상생보상협의체가 출범한 데서 알 수 있듯이 KT 아현국사 화재사고와 관련해 가장 큰 쟁점은 피해 보상 문제다.
KT는 소상공인들의 피해 접수를 받고 피해규모를 산정하고 있는데 피해 ‘보상금’이 아닌 ‘위로금’이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통신장애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기존의 뜻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위로가 아닌 영업 피해의 직접적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며 KT의 보상 의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T에 과태료 처분을 추진함에 따라 이번 통신 피해가 ‘인재’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KT가 ‘위로금’이 아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KT가 C등급 중요 통신시설 분류에 아현국사를 누락해 중요한 아현국사에 방재시설이나 백업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았고 이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피해 보상의 대상자를 놓고도 KT와 소상공인들은 뜻을 달리하고 있다.
KT는 연 매출 5억 이하 자영업자만 대상으로만 피해 접수를 받고 있는데 소상공인들은 소규모 자영업자 뿐 아니라 통신장애로 영업에 피해를 본 모든 상인들을 대상으로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KT는 연 매출 5억 원 이상의 매장들은 중복회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고 상인들은 피해와 연 매출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회장이 국회에 출석해 최소한 지금까지 내놓은 보상방안보다는 조금이라도 진전된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의원들의 질책은 물론 KT를 향한 사회적 여론도 악화할 수 있다.
하지만 황 회장이 그렇게 쉽게 통 큰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다른 통신사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회사 돈을 법적 의무가 없는 곳에 크게 지출한다면 황 회장이 추후 KT 주주들로부터 ‘배임’ 등의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화재 등으로 지난해 4분기에만 KT에 1천억 원가량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오는 와중에 얼마가 될지 모르는 추가 지출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