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임원인사에서 보험회사를 압박할 인물을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 이창욱 보험감독국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감원 임원은 수석 부원장 1명, 부원장 3명, 부원장보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윤 원장은 현재 부원장보 9명 전원에 사표를 요구해 놓고 있다.
일부 부원장보가 반발하고 있으나 결국에는 윤 원장의 뜻대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부원장보는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쳐 금감원장이 임명한다.
금감원은 청와대에 부원장보 승진 대상자로 장준경 인적자원개발실장,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 김동성 기획조정국장, 이진석 은행감독국장, 이창욱 보험감독국장 등 5명의 인사검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은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승진할 가능성이 큰 인물로 꼽힌다.
이성재 국장은 2016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때 보험준법검사국장을 맡아 보험회사와 대립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시 이성재 국장은 대법원이 보험회사에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 영업정지, 기관경고 등 고강도 제재로 보험회사를 압박했다.
당시 끝까지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제재로 2017년 초 미지급 자살보험금 대부분을 지급하면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는 금감원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윤 원장은 즉시연금 과소 지급 문제로 지난해에 보험회사들과 충돌한 뒤 올해 종합검사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시연금 사태가 현재 보험사들의 소송으로 법원에 공이 넘어가면서 자살보험금 사태와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성재 국장이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윤 원장이 이성재 국장을 내세워 자살보험금 사태와 비슷한 방식으로 즉시연금 사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창욱 보험감독국장도 유력한 보험담당 부원장보 후보다.
이성재 국장이 과거 보험회사들을 상대로 강경 대응을 통해 성과를 얻어내기는 했지만 전체 경력을 보면 주로 은행부문을 맡아 와 상대적으로 보험 관련 업무 경험이 적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누가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승진하든 윤 원장의 보험업계를 향한 금융개혁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원인사는 윤 원장이 금감원장을 맡으며 처음 실시하는 인사이기 때문에 윤 원장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인물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업무의 자리에 앉힐 가능성이 크다.
윤 원장은 1월2일 열린 ‘금융감독원 창립 20주년 기념식 및 2019년 시무식’에서 즉시연금과 암보험 관련 업무를 맡았던 분쟁조정1국과 같은 국의 권재순 수석 조사역에게 2018년 최우수 부서 및 직원상을 수여했다.
같은 국에서 최우수 부서상과 개인상을 모두 받은 것은 이례적 일로 올해도 즉시연금 사태에 힘을 실으려는 윤 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