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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사장의 딜레마, 경영도 구단운영도 잘 해야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3-27 19: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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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단 사장의 딜레마, 경영도 구단운영도 잘 해야  
▲ 김신연 한화이글스 사장

올 시즌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3곳의 사장이 바뀌었다. 한화이글스, 롯데자이언츠, KIA타이거즈가 새로 사장을 선임했다.

사장이 교체되는 과정은 조금씩 달랐으나 공통점은 있었다. 야구단을 소유한 그룹 오너의 측근들이 야구단 사장으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그룹에서 프로야구단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3인3색 3개 구단 사장 교체

한화이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많이 바뀐 팀이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전폭적 지지 아래 야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FA 대어를 잡고 코치진을 물갈이 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힘을 기울였다.

김 회장은 2006년부터 8년 이상 김승연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아온 김충범 사장을 선임해 한화이글스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달 초 갑작스레 김충범 사장이 지병으로 사의를 표명하자 그 후임으로 김신연 사장이 임명됐다.

김신연 사장은 김승연 회장의 큰아버지인 김종철 국민당 총재의 차남으로 김 회장의 사촌이다. 김 회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한화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오너 일가다.

김 회장이 최측근을 사장으로 선임했다가 뜻밖에도 차질이 생기자 아예 혈연을 사장으로 보낸 것이다.

김 회장은 3년 연속 최하위팀의 지휘를 맡은 김성근 감독에게 이미 전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김 회장이 가까운 인물을 사장으로 보낸 것은 간섭보다는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롯데자이언츠는 사장교체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구단이 CCTV로 선수단을 사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이 프런트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최하진 전 사장과 배재후 전 단장이 결국 사퇴했고 롯데그룹은 하루만에 이창원 사장과 이윤원 단장을 선임했다.

이 사장은 2001년부터 롯데그룹 홍보팀에서 일해 온 홍보 전문가다. 홍보실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신동빈 회장의 신뢰를 받아왔다.

신동빈 회장이 이 사장을 선임한 것은 팬-선수단-언론과 원활한 소통으로 불거져 나온 갈등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시무식에서 “아직 많은 팬들이 마음을 닫고 있지만 올해 심기일전해서 명예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IA타이거즈는 좀 특이한 경우다. KIA타이거즈는 대대로 모기업인 기아자동차 사장이 야구단 사장을 겸한다. 2001년 해태를 인수해 야구단을 창단한 KIA타이거즈는 김익환 홍보실장에게 사장 자리를 겸하도록 했다.

김 사장은 기아자동차에서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사장까지 승진하는 동안 야구단 사장도 겸직했다. 김 사장 이후 이런 형태가 관례화됐다. 아무래도 구단 운영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모기업 일로 KBO 이사회에 KIA타이거즈 사장만 빠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KIA타이거즈도 전임사장을 둬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이삼웅 전 기아자동차 사장이 사임한 뒤 박한우 사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박 사장은 자연스럽게 이 전 사장이 겸직한 KIA타이거즈 사장에도 취임했다.

  프로야구단 사장의 딜레마, 경영도 구단운영도 잘 해야  
▲ 이창원 롯데자이언츠 사장

◆ 야구단 사장, 성적보다 실적보다 오너 의중이 중요


프로야구단 사장은 기업이자 스포츠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자리에 있다. 사장은 스포츠단으로서 성적도 내야 하지만 기업으로서 실적도 내야한다.

프로야구단은 오랫동안 모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며 적자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단도 독자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익을 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사장은 경영에 전념하고 구단의 성적은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팬들이 사장 이하 프런트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야구단 사장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만년 적자를 언제까지나 이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실적을 좇자니 선수단에 과감한 투자를 못해 성적이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적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야구단 사장들은 가시방석 위에 앉은 기분이다.

야구단을 소유한 구단주라면 소신에 따라 운영하겠지만 사장은 다르다. 어디까지나 구단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딱히 실적이나 성적과 무관하게 사장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KT위즈는 퓨처스리그 합류를 앞두고 사장과 단장을 교체했다. 창단작업을 이끈 구단 수뇌부인데 공식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물러났다.

성적이나 실적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이 교체되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KT위즈의 모기업인 KT는 새롭게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황창규 KT 회장의 전임자 색깔 지우기에 따른 조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KT위즈 창단을 주도했는데 권순일 전 KT스포츠 사장은 이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아 KT위즈 초대사장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황 회장이 부임하면서 전격적인 인사 쇄신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권 전 사장이 물러나고 김영수 KT위즈 사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김 사장은 LG트윈스 사장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김 사장은 야구단 사장으로 4년 동안 일한 만큼 전문가로 두 구단 사장을 역임하는 최초 인물이 됐다.

김 사장 선임에 대해 외부출신인 황 회장이 내부인사 발탁보다 외부인사 영입을 선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만큼 사장 인사는 구단주의 의지에 좌우되는 부분이 크다는 의미다.

이와 대비되는 경우는 넥센히어로즈다. 넥센히어로즈를 우승후보로 일궈낸 이장석 사장은 구단주를 겸하고 있다. 구단주가 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곳은 넥센히어로즈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넥센히어로즈가 흑자경영 목표와 성적추구 목표를 장기적으로 소신있게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야구단 프런트 관계자는 “넥센은 선수를 사고 파는 투자에 있어서 확실히 과감하다”며 “사장이 구단주가 아니라면 우리 현실에서 ‘빌리 장석’이 가능했겠느냐”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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