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대표이사 사장이 SK종합화학을 맡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6일 SK종합화학에 따르면 나 사장은 올해 화학소재사업을 키워 기초유화사업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SK종합화학의 사업부문은 기초유화사업과 화학소재사업으로 나뉘어 있다. 그 가운데 에틸렌과 파라자일렌 등 기초유화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8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에틸렌과 파라자일렌의 공급 과잉이 예상돼 SK종합화학의 올해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에틸렌은 미국 제조공장들이 증설을 마치고 파라자일렌은 중국에서 공급이 늘어 두 제품은 과잉 공급에 따른 수익성 하락이 전망된다.
나 사장은 화학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매출 다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에틸렌아크릴산(EAA)와 폴리염화비닐리덴(PVDC)등 고부가 포장재사업을 본격화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을 세웠다.
SK종합화학은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2017년 2월 에틸렌아크릴산사업을, 같은 해 10월에는 폴리염화비닐리덴사업을 사들였다. 두 회사를 인수하는 데 5천억 원가량이 들었다.
에틸렌아크릴산은 알루미늄 포일이나 폴리에틸렌 등 포장재의 접착수지로 활용되는 제품으로 다우케미칼의 ‘프리마코르’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다.
폴리염화비닐리덴은 배리어 필름 소재군 가운데 하나로 수분이나 산소 차단능력이 높아 냉장·냉동 육가공 포장재의 원료로 쓰인다.
SK종합화학은 두 사업을 인수할 당시 고부가 포장재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포장소재 전문 화학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두 사업은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생산능력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중심 사업에서 밀려나 있다.
나 사장은 중국시장에서 고부가 포장소재의 판로 개척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신년사에서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은 성장시장인 중국에서 확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짓기로 한 넥슬렌 제2공장의 착공 시기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넥슬렌은 SK종합화학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화학회사 사빅이 반반씩 출자해 만든 합작사 SSNC가 생산하는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브랜드다.
SK종합화학은 김형건 전임 대표이사 사장 시절인 2018년 4분기 사우디에 지을 넥슬렌 제2공장의 설계를 확정했다. 구체적 투자 규모를 산출하고 착공하는 세부 계획은 나 사장의 몫이 됐다.
SK종합화학은 2015년 울산에 23만 톤 규모의 넥슬렌 제1공장을 세웠지만 수익성이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전 사장은 당초 2019년 안에 2공장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미뤘다.
그러나 2019년부터 넥슬렌의 재료인 에틸렌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나 사장은 2공장 건설 계획 추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나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경영기획실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내며 SK이노베이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에너지부문에서 화학 및 배터리로 넓힌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SK그룹이 지난해 12월6일 임원인사에서 나 사장을 SK종합화학의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이런 사업 다각화 능력을 높이사 기초유화사업에 크게 의존하는 SK종합화학의 체질을 개선하는 임무를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하반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그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줄면서 석유화학제품의 중간재료인 에틸렌과 파라자일렌의 수익성도 낮아졌다.
SK종합화학은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5744억 원을 냈는데 2017년 같은 기간보다 25.7%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