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계열사인 삼양통상에서 소액주주들이 대주주들에게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소액주주들은 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여 개인 주주를 비상근감사로 선임했다.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대주주에 반기를 든 사례로 평가받는다. 대주주의 방만경영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
|
▲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
삼양통상은 27일 주주총회에서 개인주주 강상순씨를 비상근감사로 선임했다. 강씨는 삼양통상 지분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했다는 실질주주증명서를 발급받아 주주제안 자격을 얻었다.
강씨는 주총이 열리기 전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아 비상근감사로 선임하라는 내용으로 주주제안을 냈다.
삼양통상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 감사를 줄이려 했다. 정관을 바꾸려면 3분의 2이상의 주주가 출석해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소액주주들은 삼양통상의 정관변경 안건을 60.8%로 반대했다. 소액주주들은 주총에 직접 출석하거나 의결권을 대거 위임해 의견을 모았다.
강씨는 그뒤 감사 선임 안건에서도 74.94%의 찬성표를 얻었다. 강씨는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LG유플러스 네트워크팀장을 지냈다.
삼양통상은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의 장남인 허정구 전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운동용품과 운동화 등 피혁제품 생산을 하는 코스피 상장사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허남각 회장이 2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이밖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4.48%,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3.15%, 허준홍 GS칼텍스 상무 20% 등 허씨 일가 지분이 50.8%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대주주는 감사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3%로 제한받았다.
소액주주들은 감사 선임 안건에서 승리했으나 배당확대 안건은 대주주의 반대에 가로막혀 좌절됐다. 배당에 관한 안건은 일반 안건과 달리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는 약 290명이었다. 이들은 “한국 주식시장 역사상 기념비적인 일을 했다”며 “앞으로 대주주의 방만경영을 막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27일 하루에만 상장사 810곳이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은 최다 상장사 주총이 몰려 있어 ‘슈퍼 주총데이로’ 불리는데 대부분의 회사들은 표대결을 거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부산주공과 네비스탁 등 일부 회사에서 소액주주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