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현대차그룹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현재 상장과 관련해 증권사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다.
앞서 현대오토에버는 11월 22일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 예비심사에 최대 60일이 걸린 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2019년 1월 말부터 공모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포에버 모두 정 수석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자금줄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꼽혔던 기업들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대규모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각각 19.46%, 11.72%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정확한 기업가치를 추산하기 힘들지만 법인세비용 차감전 순이익(EBITDA, 에비타)이나 장외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격 등을 놓고 다각적으로 분석했을 때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 8천 억 원가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금 확보에 나선다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3월에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고 이 회사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놓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으나 시장을 설득하지 못해 5월 개편안을 철회했다.
이후 증권가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각각 인적분할해 투자회사끼리 합병한 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 △현대글로비스를 지주회사로 삼고 현대글로비스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 등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들이 제기됐다.
이 방안들 가운데 현대글로비스를 지주회사로 삼는 시나리오는 정 수석부회장에게 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23.29% 보유하고 있는 데다 우호 지분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 측 지분율이 과반을 넘기 때문이다. 계열사 상장이라는 불편한 과정을 거치면서 굳이 현금을 확보할 이유가 적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거나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로 세우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의 가닥을 잡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선택하면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두 방식 가운데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게 유력하다. 합병비율 조정 등을 통해 시장의 반대를 설득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합병법인에 대한 정 수석부회장의 지배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에 행사하고 있는 지분율(23.29%)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법인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지분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하는 방안에는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지분 2.35%, 기아차 지분 1.74%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0%다. 세 회사를 인적분할해 새 지주회사로 삼는다면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규모는 훨씬 커진다.
이렇게 되면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까지 추진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이런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한 이후 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 관련 논의는 현재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