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당분간 국제유가가 의미있게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해 10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50달러 선 밑으로 떨어져 배럴당 40달러 대에 거래되고 있다. 27일에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44.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묻힌 석유나 가스 등을 탐사하고 추출하는 설비다.
2010년대 초만 해도 해양플랜트는 고유가 붐을 타고 조선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았지만 유가가 떨어지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통상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넘어야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1년이 넘도록 해양플랜트 수주를 따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카자흐스탄에서 3조 원 규모의 TCO 프로젝트를 따낸 이후로 신규 주주가 없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코랄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를 따낸 게 마지막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일감이 떨어져 해양사업을 완전히 중단했다가 올해 10월에서야 4억5천만 달러 규모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를 수주했다. 거의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러나 한영석 공동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하반기는 돼야 착공에 들어가는 데다 소규모 공사라 유휴인력 문제는 당분간 게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조선사들이 올해 수주목표를 채우는 데도 해양플랜트가 속을 썩였다.
해양부문을 제외하고 조선부문만 떼어 보면 조선3사는 모두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부문 목표치인 132억 달러를 넘은 133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은 목표 66억 달러를 넘은 68억1천만 달러, 삼성중공업은 목표 51억 달러를 넘은 61억 달러치를 수주했다.
그러나 해양부문 목표치에서 현대중공업은 16억 달러 가운데 5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7억 달러, 31억 달러를 목표로 세웠지만 빈 손으로 올해를 보내게 됐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해양 프로젝트 가동률이 의미있게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최근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셰일오일 등 심해유전보다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오일, 가스가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3사 역시 최근 해양플랜트보다는 상선 비중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마케팅기획팀의 오성일 상무는 “삼성중공업은 당분간 LNG운반선과 셔틀탱커(왕복 전담 유조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상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해양설비 수요는 많지 않고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고 트레이드윈즈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5년 동안 해양부문(드릴십 포함)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선 비중을 매출의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해양플랜트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치는 시각도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석유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개발단가가 낮아졌고 이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이 지나치게 낮아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해양플랜트 발주는 재개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2조 원대로 알려진 '로즈뱅크 프로젝트' 해양설비 수주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싱가포르 셈코프마린과 경쟁 중인데 당초 올해 승부가 났어야 하지만 발주처가 바뀌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릴라이언스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와 바로사FPSO 등 굵직한 해양플랜트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들 역시 내년 상반기로 입찰이 미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