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홀딩스가 칸서스자산운용의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대표이사 회장은 언제까지 경영권을 지킬까?
김 회장은 최대주주 한일홀딩스보다 지분은 적지만 사실상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일홀딩스가 지분을 다른 곳에 매각하면 김 회장은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자리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28일 칸서스자산운용에 따르면 김 회장은 칸서스자산운용 주식 23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주식의 약 4.7% 수준이다.
칸서스자산운용의 최대주주 한일홀딩스는 허동섭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을 모두 합해 47.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칸서스자산운용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못해 의결권은 3.64%만 인정된다.
의결권 지분만 놓고 보면 김 회장이 한일홀딩스보다 더 많다. 김 회장은 우호 지분 등을 포함해 칸서스자산운용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홀딩스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올해 안에 금융계열사인 칸서스자산운용 지분을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아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상황에 놓였다.
한일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면 김 회장의 경영권을 장담하기 어렵다.
칸서스자산운용 매각은 여러번 시도됐으나 번번히 무산되면서 김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해 왔다. 2015년 이후 DGB금융지주,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ARA, 웨일인베스트먼트, 고든앤파트너스 등과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불발됐다.
2018년 초 웨일인베스트먼트와 매각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나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미뤄지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얼마 전 웨일인베스트먼트가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칸서스자산운용이 지는 일도 있었다.
이 소송의 결과는 고든앤파트너스로 매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든앤파트너스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고든앤파트너스는 소송 결과에 따른 우발채무를 이유로 인수 의지가 약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김 회장이 경영권 유지 의지가 강해 매각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가급적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우호세력에 매각이 이뤄지길 원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과 인연이 깊었기 때문에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얻는다.
김 회장은 1947년 생으로 광주일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증권감독원에 들어가 홍보실장, 기업재무국장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대변인과 부원장보까지 20여 년을 근무했다.
이후 김 회장은 2003년부터 솔로몬상호저축은행 회장을 역임한 뒤 2004년 칸서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설립될 때는 김 회장은 지분을 들고 있지 않았다. 2006년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분 5%를 확보한 뒤 지분을 늘려가다 2008년부터 대주주 한일시멘트와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은 끝에 현재 지분을 갖추게 됐다.
칸서스자산운용에서 김 회장의 경영성과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금호고속, 동부팜청과(현 동화청과) 등 업계에서 주목받는 굵직한 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매각차익을 거뒀다.
칸서스자산운용의 주인이 바뀐다 해도 김 회장에게 우호적이라면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자리를 지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칸서스자산운용의 수탁고는 28일 기준 5조2천억 원 규모로 작지 않은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2015회계년도에 13억7천만 원에서 2016년 16억7천만 원, 2017년 21억2천만 원으로 늘고 있다.
8월30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펀드 판매회사 수익 순위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3년 수익률 1위를 차지하는 등 투자성과도 양호하다.
최근에는 인프라 등 대체투자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27일 착공식을 한 수도권광역철도(GTX) A노선의 사업시행사인 SG레일의 최대투자자다. SG레일은 신한은행이 주도해 설립한 회사지만 지분만 놓고 보면 칸서스자산운용이 78.5%로 신한은행(14.5%)보다 훨씬 많다.
GTX-A노선사업의 사업수익률은 5%대, 출자자수익률은 6%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칸서스자산운용이 30년 동안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한 셈이다.
칸서스자산운용은 17일 이사회에서 박수희 인프라사업부문 대표를 김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했다. 박 대표는 2011년부터 인프라운용본부장을 맡아 왔는데 공동대표에 오르면서 인프라 투자에 힘이 더욱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