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인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경영위기 탈출을 이끌고 있다.
23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정인 대표이사가 취임한 첫 해인 올해 남양유업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1월 취임한 뒤 남양유업은 2018년 3분기 누적 매출 8049억 원, 영업이익 49억 원을 냈다.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8.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0% 늘었다.
4분기 실적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이 대표는 위기관리 전문가로 꼽히는데 남양유업의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다. 취임 당시 남양유업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이 대표는 안진회계법인에서 기업 리스크자문 본부장과 위험관리 본부장을 지냈다.
이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 남양유업의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2017년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5.8% 줄어든 1조1669억 원, 영업이익은 87% 급감한 50억 원을 냈다.
이 대표는 취임 뒤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과감히 시행했다.
우선 임원진 수를 줄여 조직을 쇄신했다. 2018년 9월30일 현재 임원은 11명으로 2017년 12월31일과 비교해 5명이나 적다.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수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남양유업의 한 관계자는 “락토프리 우유(유당을 제거한 제품) 등에 투자하고 ‘옳은우유’와 ‘산양우유’ 등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중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해외 판로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비판을 감수하고 10월 우유 가격도 평균 4.5% 올렸다. 1L 우유는 900mL로 용량을 줄였다.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은 남양유업 분유에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빛을 냈다.
10월30일 남양유업의 분유제품 ‘임페리얼XO’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 대표는 “이물질 혼입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생산공정의 전면 개방으로 대응했다.
제조공정상 이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밝혀진다면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학교 생명자원연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해 분유 제조공정으로 볼 때 이물질 혼입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사건 발생 2주일 뒤 발표했다.
이어 분유공장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했다. 이 공장은 원래 견학시설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이밖에도 남양유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남양유업 CSR위원회'도 만들었다. C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대표를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와 경영진, 임직원, 일반 명예위원 등으로 위원회를 꾸렸다.
이 대표의 결정이 소비자들의 비판을 불러온 사례도 있다.
지금 내보내고 있는 커피제품 '루카스나인'의 광고는 남양 로고가 나오지 않는다. 이번 여름 방영한 ‘맛있는 우유 GT 슈퍼밀크’ 광고도 해당 상품이 남양유업의 제품이라는 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광고는 화면 왼쪽 위에 남양유업의 로고가 아닌 ‘슈퍼밀크’라는 문구를 보여줬다. 기존 광고들은 좌측 상단과 광고 맨 끝에 남양 로고를 띄웠다.
이 광고는 남양유업의 유명 브랜드인 ‘맛있는 우유 GT’의 노출을 최소화 하고 슈퍼밀크를 앞세웠다가 비난을 받았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굳이 남양의 상품이라는 점을 숨길 필요가 없고 숨긴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모르지도 않을 것”이라며 의도성을 부인했다.
이 대표가 취임한 뒤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사회적 분위기와 맞이 않는다는 지적도 받는다.
2018년 3분기 말의 직원 수를 2017년 말과 비교하면 정규직은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은 증가했다. 전체 직원 수는 20명 늘었지만 기간제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에서 4.9%로 올랐다.
남양유업은 밀어내기 사태와 함께 식품업계 중에서도 유독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는 비판을 받자 2013년 비정규직 10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영업이익을 회복하고는 있지만 '밀어내기'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2012년에 영업이익 637억 원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갈 길은 아직 멀다.
남양유업은 2013년 밀어내기 사건으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대리점에 떠넘기고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의 여파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리점 영업환경을 완벽히 개선해 과거의 문제점을 뿌리부터 해결했다”며 “지금은 유업계에서 대리점 관계를 가장 모범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