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들이 속속 가격을 내리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을 이어갔으나 최근 들어 몇년째 매출하락이 계속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제품가격이 싼 향수와 화장품을 확장하는 브랜드 전략을 들고 나오고 있다.
◆ 샤넬 효과, 명품가격 할인행렬
24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이 지난 18일 국내 백화점에서 일부 핸드백 가격을 최대 20% 할인하자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잇따라 할인에 들어갔다.
명품기업들은 2011년부터 매출이 줄어들자 활로를 찾다 마침내 가격경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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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영 버버리코리아 대표이사 |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에트로, 지방시, 발리 등 각각 140, 120여 개 브랜드의 가격을 5~15% 할인해 판매하는 ‘환율보상 세일’을 하고 있다. 구찌와 버버리는 기존 프로모션에 5% 추가할인 혜택도 준다.
명품업체들은 최근 원화약세 탓에 상품가격이 올라 자체적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 매출이 계속해 줄어들자 할인행사에 나선 것으로 본다.
디올 버버리 구찌 페라가모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은 2011년부터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2013년 들어 백화점 명품 매출 하락폭은 최대 11.3%에 이르렀다.
샤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패션과 시계 보석 라인에 가격할인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향수와 화장품으로 새로운 길 찾아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향수와 화장품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며 활로를 찾고 있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향수 '에르메상스'를 100㎖에 33만1천 원, 향수병 가죽 케이스를 41만4천 원에 내놓았다. 물론 비슷한 제품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지만 가방이나 스카프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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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메스에서 출시한 향수 '에르메상스' |
에르메스는 이런 제품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에르메스' 브랜드 상품을 얻을 수 있다는 심리를 파고 들어 매출을 늘리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고가 향수 매출은 전년에 비해 23%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고가 향수 매출이 역시 전년보다 18% 성장했다.
아가타 코스메틱, 마크제이콥스 립스틱, 버버리 뷰티박스 등 익숙한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도 국내시장에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구찌 코스메틱도 올해 한국에 새로 문을 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명품업체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변화하는 데 발맞추려 한다. 적은 돈으로 명품을 구매하고도 상대적으로 더욱 큰 만족감을 느끼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수백만 원의 가방 대신 수만 원대의 명품 브랜드 로고가 찍힌 화장품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 명품화장품 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